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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북한 겨냥할 자폭 드론, 폴란드산 연내 도입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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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올해 안에 폴란드산 자폭형 무인기(드론) 수백 대를 실전배치하기로 하고 폴란드 업체와 계약을 마쳤다. 북한이 드론 개발에 속도를 내는 조짐이 보이자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중앙일보

2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폴란드 자폭 드론 '워메이트' 도입 계약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메이트는 다음 달 중 운송되기 시작해 12월 중 우리 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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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방부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에서 폴란드 제조사인 WB일렉트로닉스와 자폭드론 '워메이트'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워메이트는 11월 중 운송이 시작돼 12월 육군 작전부대와 드론작전사령부에 배치된다. 군 당국은 도입 물량과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140억원 상당의 계약 규모로 200대를 밑도는 수량을 들여올 계획이라고 한다.

군 당국이 ‘연내’라는 시점을 못 박고 자폭드론 구매 계약을 신속히 매듭지은 건 최근 북한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8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 현지 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처음으로 자폭 드론을 공개했다. 러시아·이란제 드론과 닮은 이들 무인기가 한국 전차 K2 모형을 타격하는 장면도 함께 보도했다. 김정은은 대량 생산도 지시했다.

자폭 드론을 방사포, 탄도미사일과 같은 재래식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하루 빨리 자폭 드론을 대거 배치해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대칭 전력’으로 내세워야 한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그렇지 않아도 군 당국은 자폭 드론 도입을 검토하고 있던 터였다. 지난 6월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은 폴란드에서 열린 코시니악-카미슈 국방장관의 회담에서 폴란드산 자폭 드론 도입을 논의했다. 지난 7월에는 국방부, 방사청, 드론작전사령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폴란드로 가 자폭 드론의 성능과 한반도 전장 적합성 등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이어 군 당국은 지난 8월 말 자폭 드론의 해외 구매를 골자로 하는 의뢰서를 방사청에 접수했다. 김정은의 과시가 군의 폴란드산 자폭 드론 도입 시간표를 단축하는 기폭제로 작용한 셈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폴란드산 드론의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실전 능력이 검증됐고 이미 안정적인 양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워메이트는 실제 지난 4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이동식 레이더 기지를 파괴할 때 우수한 성능을 과시한 적이 있다. 폴란드산 드론이 성능뿐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창설된 드론작전사령부가 ‘소모품’ 개념으로 자폭드론을 대거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국산 드론 수급이 원활치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내 소형 드론의 경우 감시·정찰용 드론은 국방 외에도 타 분야에 수요가 있어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돼 있다"면서도 "'탄두'를 적용해야 하는 자폭 드론은 국방 분야 외 수요가 없어 실전에서 성능이 입증된 드론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현대전의 세계적 추세가 드론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 국산 드론을 개발하는 데까지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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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산 자폭드론 워메이트. WB 그룹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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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2022년부터 K9 자주포 등 20조원 넘는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점도 이번 계약에서 고려됐다. 군 관계자는 “호혜적인 방산 협력국으로서 K방산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 방산업체의 다른 해외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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