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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한국 2035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얼마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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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12월13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폐막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추진하기로 합의가 이뤄지자, 아흐마드 자비르(가운데) 의장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 두바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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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선, 왜 2035년이냐를 설명해야겠죠?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2030년까지 한 해 배출량을 4억3660만톤으로 줄이는 겁니다. 흔히 ‘2018년(7억2500만톤) 대비 40% 감축’으로 얘기합니다. 한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난달 10일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표한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잠정치는 6억2420만톤(이산화탄소환산톤)이었습니다. 1년 동안 4.4% 줄었고 기준인 2018년과 비교해 6년 동안 14% 줄었을 뿐입니다. 2030년까지 또 6년이 남았는데, 그간 줄인 양(1억80만톤)보다 앞으로 줄일 양(1억8760만톤)이 더 많습니다.



한국을 포함,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을 비준한 195개국은 5년마다 더 강화된 목표를 제출해야 합니다. 2020년에 ‘2030년 목표’를 제출했고, 내년에 ‘2035년 목표’를 제출해야 합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 5월 토론회를 열어 관련 논의를 시작했죠.



문제는 지난 8월에 나온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입니다. 법은 2030년 목표만을 명시했는데,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2031~2049년의 감축 경로를 어떤 식으로든 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니 2035년 목표만 정해선 안 되고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독일 정부도 2021년 같은 취지의 헌재 판결에 따라 기존에 없던 2040년 목표(1990년 대비 88%)를 신설한 바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국 헌재는 이 목표가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기후위기의 과학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위와 몫 등을 목표 설정 때 고려할 원칙으로 제시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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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과학적 사실은 곧 ‘탄소예산’을 뜻합니다. 탄소배출 허용량이라고도 합니다.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넘지 않게 하려면, 대기 중 탄소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산화탄소는 한 번 배출되면 길게는 몇백년을 대기 중에 머물게 됩니다. 헌재 결정문의 표현처럼 “특정 시점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아니라, 대기 중에 누적되는 양”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야한다는 것은 곧 이 배출 허용량, 탄소예산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2050년까지 0으로 만들면 된다”가 아닙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계산한, 1.5도 목표를 50% 확률로 달성하는 상황을 가정한 전 지구 탄소예산은 2023년 기준 3800억톤입니다. 현재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목표를 모아보면 이 숫자를 220억톤가량 넘기게 됩니다. 금세기 안에 지구 온도가 2.9도 상승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각국의 목표는 이 탄소예산 범위 내에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헌재가 강조한 ‘과학적 사실’입니다.



‘국제 기준’은 이 탄소예산을 각국이 어떻게 나눌지를 뜻합니다. 여러 배분 방식이 존재하는데, 가장 단순한 건 인구수 기준(평등)일 겁니다. 물론 그간 배출량이 많았던 선진국 예산을 적게 할당해야 할 겁니다(책임). 소득 수준(역량)도 고려해야 합니다. 파리협정은 이를 ‘공동의, 그러나 차이가 있는 책임과 각자의 역량’이란 말로 표현합니다. ‘공정배분’ 원칙이라고도 부르죠.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크고, 기후위기 대응 역량이 강한 나라라면, 자국의 탄소예산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야한다는 것이죠. 1990년 이후 누적 배출량 15위이자 선진국(OECD) 중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5위, 1인당 배출량 6위인 한국이 그런 나라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고려를 하지 않은 채 배출량 정점 연도(2018년) 배출량과 탄소중립 목표 연도(2050년) 배출량 ‘0’을 직선으로 연결해 중간 지점인 2030년의 목표를 도출했습니다. 이런 선형 경로가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합당할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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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방향 토론회’.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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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국회에선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방향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에 근거한” 구체적 수치가 처음 제시됐습니다. 2035년까지 2018년 배출량의 66.7%를 감축해야한다는 것이죠. 기후운동단체 플랜1.5의 이 계산은 몇 단계를 거칩니다. 우선 1850년 이후 누적 배출량을 고려한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산정한 2035년 감축 목표가 51.9~94.3%입니다. 다시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한 역량주의에 따른 감축 비율이 83.8%이고, 인구 비중을 고려한 평등주의에 따른 감축 비율이 80.5%로 추산됐습니다. 이런 수치들을 근거로, 선행 연구의 가중치를 적용한 가중평균 방식으로 종합하면 66.7%가 나온다는 겁니다. 이는 현재의 선형 경로(2035년 55%)나 아이피시시가 제시한 전 지구적 감축경로(63.6%)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플랜1.5의 최창민 변호사는 “정부가 향후 감축경로를 기존과 같이 선형 경로로 설정하면 헌재 판결 전과 다를 바 없어진다”며 “헌재가 강조한 과학적 사실과 국제 기준을 고려하고 실제로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어떠해야 할까요?



기후변화 ‘쫌’ 아는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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