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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의원님 땡큐”… 국장 하락에 베팅하고 재미본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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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코스피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을 대규모로 매매하며 쏠쏠한 이익을 얻었다. 9월 24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 동안 개인들은 인버스 상품을 60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지난달 인버스를 매수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태도는 이달 들어 급변했다.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710억원 넘게 인버스 ETF를 순매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9월 중 인버스 투자에 나섰던 다수의 투자자가 이날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본다.

3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전날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상장지수펀드(ETF)는 686억원 규모를 매도한 ‘KODEX 200선물인버스2X’다. 이 ETF는 지수 하락률의 두 배 수익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일명 ‘곱버스’라고 불린다.

같은 날 ‘KODEX 인버스’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선물인버스2X’도 각각 15억원, 12억원씩 순매도하며 개인 순매도 12,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ETF들의 순매도 규모는 총 713억원에 달한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챗GPT 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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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9월 24~30일) 동안 개인들이 세 ETF를 62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에 베팅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날 차익 실현에 나서며 상당한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2602.01에서 2561.69로 1.55% 하락했다. 특히 2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1% 넘게 하락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일주일 만에 3%가 넘는 수익을 본 셈이다.

일부 개인투자자는 종목 토론방에 “의원님 말 듣고 인버스 사길 잘했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투세 토론회에서 “우하향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계시면 인버스에 투자하시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 것을 비꼰 표현으로 추정된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 지수에 대해선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개인들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를 23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개인들이 인버스 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단기적으로 지수 하락에 베팅하면서 수익을 키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3.03%, 0.49%씩 하락했고, 10월 첫 거래일인 2일 역시 1.22%, 0.23%씩 내렸다.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이 꼽힌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8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를 빠져나갔다. 특히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8조7332억원어치 팔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대규모로 매도하면서 주가는 이 기간 17.5%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5만9900원으로 떨어지며 장 중 1년 내 최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투자 심리를 악화하는 요인이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후 지난달 18일(현지시각) 0.5%포인트를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오는 11월, 12월 두 차례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은 가계부채 위험성 등을 고려했을 때 11월이 첫 금리 인하 시기가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금리 인하 시 서울 등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8월 1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다만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8월 증가 폭의 43%(4조1276억원) 수준으로 둔화했고,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이달 11일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고, 원화 가치(원·달러 환율)가 오르며 수출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기대감이 줄어든 점도 국내 증시 거래를 위축시켰다. 지난달 일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16조6721억원으로, 지난 8월 대비(18조1968억원) 1조5000억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기업의 주가 부진이 한국 시장 약세의 핵심 배경 중 하나”라며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반도체 등 수출 기업의 실적 성장 기대감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증시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개인들이 투자하는 ETF도 미국 투자 상품에 집중된 모습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국내 ETF 개인 순매수 10위 종목 중 8개가 ‘TIGER 미국S&P500′ 등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ETF다. 8개 ETF의 순매수액은 1332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국내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10월은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 코스피 지수는 4분기 상승 추세 재개에 있어 마지막 진통을 거칠 수 있다”며 “미국 대선 지지율과 3분기 실적 결과에 따라 증시 등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경기 불안심리가 커지거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증시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정아 기자(jenn187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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