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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댕댕이 데려갈 식당 없네"…수요 느는데 규제 개선은 미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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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출입 허가 음식점 소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141곳뿐

식품위생법 등 개정 로드맵 부재

반려견을 키우는 40대 박지연(가명)씨는 지난달 초 점심을 먹기 위해 가족들과 애견 동반이 가능한 서울 소재 한 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야외 테라스에서만 식사해야 했지만 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긴 탓에 고령인 반려견과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당장 실내에서 애견 동반이 가능한 인근 식당을 찾기도 어렵다 보니 결국 다시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 넷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이지만 이들에게 동반 외식은 큰 과제다. 식품위생법상 식당, 카페 안으로 반려동물을 데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야외 공간에서는 일부 동행이 가능하지만 한여름이나 겨울철엔 외부에 있기 힘들어 그마저도 어렵다. 정부가 연일 규제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국민의 규제 체감도가 클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정부는 향후 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개정 로드맵은 없는 상태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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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반려동물(개, 고양이) 양육 가구 수는 2022년 기준 602만가구로 국내 전체 가구의 25.4%를 차지했다. 앞으로 비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KREI는 지난 4월 반려동물 관련 보고서에서 "현재 반려동물 미양육 가구 중에서 향후 양육 의향이 높은 대상은 20대, 단독주택 거주자, 미혼, 과거 양육 경험이 있는 응답자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사업장을 운영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위생법 제36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36조에 따르면 카페나 식당에 반려동물이 출입하는 것은 위법이다.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가게 다수는 엄밀히 말해 불법 매장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외부 신고로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했다가 막거나 벌금을 내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정부는 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필요 요건을 충족한 일부 사업장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 허가를 내주고 있다. 다만 식품위생법 소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실증특례 수는 38개 브랜드(141개 매장)에 불과하다. 2022년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누적 집계한 수치임에도 소수에 그친 것이다.

현장에서는 실증특례를 받기까지 필요한 서류 절차 등이 복잡한 데다 심의가 분기에 한 번 열리는 등 여러 제약이 있다 보니 영세 사업자일수록 실증특례 신청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실증특례 지원 업체를 찾아가 상당액의 컨설팅 비용을 내거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르는 배경이다.

허가를 받더라도 실증특례 기한이 2년으로 한정된 점도 사업자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추가로 2년을 더 허가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긴 했지만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증특례 과정에서 식약처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규제샌드박스 시행)와 농림축산식품부(사료관리법 소관) 등 여러 부처가 연관된 점 역시 한계로 꼽힌다.

정부는 향후 관련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법 개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규제샌드박스 시행 이후 2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 구체적인 개정 로드맵은 내놓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학계, 소비자 단체 등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법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도 "정확한 (법령 개정)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기조와 반대되는 행보다. 정부는 지난 8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43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신산업 육성을 위해 신속 심사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규제샌드박스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등 최근 규제 혁신에 힘을 주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반려동물 관련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사업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가게 운영을 법으로 까다롭게 막을 필요가 없다"며 "공중 위생에 저해되는 요인은 선별해서 조치하되 필요 이상의 규제는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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