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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단독] 도이치모터스, 결혼 전 일?…윤 대통령과 결혼 이후에도 ‘김건희 계좌’서 주식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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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했던 김건희 여사가 9월22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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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쪽은 “결혼 전의 일”이라고 일축해왔지만, 2012년 3월 윤 대통령과 결혼 이후에도 김 여사의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주장과 상충되는 거래 정황이 나온 것인데, 주가조작 2차 주포는 검찰 조사에서 이 시기 김 여사 계좌로 이뤄진 거래에 대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3일 한겨레 취재 결과, 2012년 7월25일과 8월9일 김 여사 한화투자증권 계좌에서는 각각 도이치모터스 주식 1500주와 1만주 매수 거래가 이뤄졌다. 아직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2차 주가조작(2010년 10월21일∼2012년 12월7일) 시기다.

2012년 7월25일 거래 당시 주포 김아무개씨는 권 회장에게 문자를 보내 “사장님. 여기서 주가가 더 밀리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어려워집니다. 내일 리포트 발간되오니 주변에 물타실분 있으면 조금씩 방어라도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는데, 당일 김 여사 계좌에서 매수 주문이 이뤄졌다. 김씨는 2012년 8월8일엔 다른 증권사 직원에게 ‘권 회장 주변에서 내일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살 것’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다음날에도 실제 김 여사 계좌에서 매수 주문이 나왔다. 김 여사 계좌로 이뤄진 두 매수 주문에 대해 김씨는 검찰에서 “저는 권오수에게 부탁을 했으니 권오수가 그렇게(매수) 해 준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

지난 12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권오수 전 회장은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김 여사의 계좌 등을 운용해 시세조종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의 계좌 운용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김씨 진술 대로라면 권 전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결혼 이후에도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서 ‘김 여사가 본인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쓰이는 것을 알았는지 여부’는 명확히 드러난 바 없다.

그동안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결혼 전 일’이라며 사안의 중요성을 축소해왔다. 올해 1월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12년 전 결혼도 하기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보다 앞서 2021년 12월 대선후보 당시 윤 대통령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결혼 전 일”이라며 “(1차 시기 주포인)이 아무개씨에게 처 계좌의 매매 오더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줬는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고 판 거래일자는 며칠에 불과하다. 나중에 수천만원 손해를 보고 ‘이 사람이 전문가는 아니구나’라고 판단해 네다섯 달 만에 계좌에서 돈을 모두 인출했다고 들었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1·2심 재판부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해당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된 계좌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1·2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재판부가 인정한 김 여사 계좌 3개 외에도 김씨가 권 당시 회장에게 문자를 보낸 이후부터 김 여사의 한화투자증권 계좌에서 매수가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한화투자증권 계좌 역시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권오수가 직접 운용하거나 김건희의 독자적 판단 없이 지시·순응 관계로 운용됐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범죄일람표에 포함된 주문도 단 한 차례에 불과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시세조종에 이용된 계좌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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