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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권석천의 컷 cut] 다 아는데 어떻게 가만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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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무도실무관’은 단단한 영화다. 액션 장면도 볼 만하고, 이야기 전개의 긴장감도 나무랄 데가 없다. 보호관찰관과 함께 전자발찌 착용자를 관리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무도실무관의 일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것도 좋다. 더욱 빛나는 것은 영화의 주인공인 정도(김우빈)의 캐릭터다.

태권도 3단, 검도 3단, 유도 3단인 청년 ‘정도’는 거창한 인생의 꿈 같은 건 없다. 치킨집 하는 아버지를 도우며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게 유일한 낙이다. 그런 그의 삶이 바뀌는 일이 일어난다. 골목에서 공격을 받고 위기에 놓인 무도실무관을 도운 걸 계기로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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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데 재미있나요?” 처음엔 고개를 갸웃거리던 정도는 무도실무관 일을 해 나가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람을 해치고 달아난 흉악범을 잡으러 나가다 아버지가 “위험하다”고 막아서자 이렇게 말한다. “석 달 전의 나는 전자발찌가 뭔지도 잘 몰랐어. 근데 이제 다 알아. 내가 배운 걸 잊을 수가 없잖아.” 아버지가 재차 “(흉악범은) 경찰에 맡기라”고 하자 그는 “내가 다 아는데 어떻게 가만있어?”라고 반문한다.

MZ 세대가 어떻다느니, 일반론을 꺼내려는 게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정도 같은 젊은이들이 일부라도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뉴스를 보다 보면 위험에 빠진 이를 자기 일처럼 돕는 청년들이 등장하곤 한다. 그 위태로운 순간에 선행이 알려지기를 바라고 그런 것은 아닐 터. 말 그대로 ‘어떻게 가만있느냐?’는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다 아는데”라는 대목이다. 모르면 어쩔 수 없지만 이미 알아버린 상황에서는 모르는 척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슬며시 눈을 감았던, 내 젊은 날이 눈앞을 스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과연 정도처럼 할 수 있을까.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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