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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사설] 의대 증원 필요하지만 의사 교육의 질은 엄격히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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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인증 1년 이상 유예” 등 의대 평가 규정 개정돼





자격미달 의사 배출된다면 의료개혁의 본말 전도



어제 의대 교수들이 용산 대통령실 부근에 모여 “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무력화를 막아내자”고 외쳤다. 의평원이란 의대 교육의 질을 평가해 졸업생을 배출할 자격을 인증하는 기관이다. 교수들의 시위는 지난달 25일 입법예고된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규정(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해서다. 개정안에는 대규모 재난으로 의대 학사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의평원이 불인증하기 전 1년 이상 유예기간을 주는 조항을 신설했다. 평가 기준 변경 시 정부가 사전 심의할 수 있도록 한 근거를 뒀고, 인증기관 부재 시 기존 인증의 유효기간을 연장한다는 조항도 만들어 의평원이 없어지는 경우까지 상정했다.

의평원은 지난달 정원이 늘어날 의대를 대상으로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 졸업생은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고, 누적되면 신입생 선발에도 제약이 따른다. 사실상 증원의 효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 정부가 급히 관련 규정을 손질하는 것은 대규모 인증 탈락 사태에 미리 대비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사실 의평원은 의사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한다고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의평원장도 급격한 증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인증제도가 의대 증원을 무력화하는 무기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급격한 정원 확대로 의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의대 정원은 3058명에서 4567명으로 늘었고, 한꺼번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지방 의대가 여럿이다. 제대로 교육하려면 강의실은 기본이고 교수와 해부용 시신 같은 실습 여건까지 늘려야 하는데 시간과 예산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교수를 충원하고 강의실을 짓겠다며 의학 교육의 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런데 인증 시작을 코앞에 두고 결과 적용을 무기한 유예하고, 나아가 의평원을 없앨 수도 있는 여지를 둔 것은 정책 실패를 혹 법령으로 가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어제 집회에 참여한 안철수 의원은 “자격이 부족한 학생들이 의사 면허를 받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의료개혁의 선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새겨들을 만한 얘기다. 의대 증원은 필요한 정책이지만, 그것이 의사의 자질 저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의대 증원의 본말을 잘 살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가 유지되도록 만반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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