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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한동훈 빠진 만찬, 분위기 좋았다"…김여사 특검 표결 전 갈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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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4일 진행될 김건희 여사 특검법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윤·한(尹·韓)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급기야 여당 이탈표 관측까지 나오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3일 “민주당이 하려는 특검법에 대해서는 부결시키는 것이 맞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제 상수가 되다시피 한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의 갈등설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는 여권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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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상훈 정책위의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들과 만찬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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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날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원내 지도부,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 간사단 만찬은 아물지 않은 윤·한 갈등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2시간 10분간 진행된 만찬에서 한 대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한다. 지난달 24일 한 대표가 참석했던 윤 대통령, 여당 지도부 만찬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는 후문이다. 한 만찬 참석자는 “지난달 만찬에서 냉기가 흘렀다고 하는데, 이번엔 아니었다”고 말했다.

만찬에서 이목을 끈 것은 주요 참석자의 ‘모두 발언’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추경호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 상임위원장인 송언석·김석기 의원 등이 차례로 일어나 발언했고, 끝날 때마다 박수가 이어졌다고 한다. 주로 오는 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대한 각오와 당정 협력 의지를 다지는 내용이었다.

이는 지난달 만찬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그때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 요청을 거부당한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언급할지가 화두였다. 그러나 한 대표에겐 따로 모두 발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한 참석자는 “지난달 만찬에는 술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2일 만찬에서는 원하는 참석자들이 맥주를 한 두잔씩 했다”며 “그만큼 분위기가 좋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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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을 마치고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산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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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 “한 대표가 배제된 만찬”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원내 지도부는 “한 대표도 흔쾌히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는 취지로 말했다”(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고 진화에 나섰다. 원내 지도부 인사는 “모두 발언도 따로 기회가 주어졌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대표 측 반응은 냉담했다. 복수 친한계 인사는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윤 대통령과 여당 원내지도부,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이 참석한 만찬을 거론하며 “그때는 김기현 대표가 참석했다”고 말했다. 친한계 초선 의원은 “테이블에 의자 하나만 더 뒀으면 됐을 문제”라며 “원외라서 초청 안 했다는 건데, 이건 의지의 문제”라고 반문했다.

한 대표는 자신이 불참한 상태에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만찬에 대해 “예정된 만찬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제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한 대표가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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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9월 22일 2박4일 간의 체코 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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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만찬이 윤·한 갈등의 현주소를 드러냈다면,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한 대표 공격 사주’ 의혹은 갈등의 기폭제다. 김 전 행정관이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튜브 ‘서울의소리’ 기자에게 한 대표를 공격하라고 사주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전날 진상조사를 지시한 한 대표는 이날도 “공격 모의가 아니라 실행 행위 자체가 그대로 녹음됐다”며 “당이 알고도 묵인하면 공당이라고 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 전 행정관에 대해서는 “국민은 보안 의식이나 공적 의식이 형편없는 사람이 중요 공공기관의 임원으로 계속 근무하는 것과 임용된 것 자체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SGI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인 김 전 행정관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친한계 일각에서는 의혹의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의혹이 한 대표를 비토하는 용산의 기류와 무관한 일이냐”(친한계 인사)는 것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날 “김 전 행정관 녹취록을 근거로 대통령실과 당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가 김 전 행정관과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이어 “(대통령과) 김 전 행정관이 찍은 사진은 대통령실 연말 송년회, 직원 퇴임 행사 등에서 다른 직원과 함께 찍은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관계자는 “용산에서는 배후설을 노골적으로 거론하는 일부 친한계에 대해 언짢아하는 기류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 입장 발표 뒤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고, 저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기에 더욱 진상 규명을 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일련의 갈등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주도권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배제한 만찬에서 원내 결속을 다졌다면, 한 대표는 김대남 의혹을 고리로 당내 기강을 잡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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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블랙이글스의 축하비행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04.10.01. 한국일보 왕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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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갈등 기류가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이탈표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이날 한 대표가 부결을 강조한 데다, 특검법 통과는 여권 전체의 악재이기 때문이다. 친한계 초선 의원은 “김 여사 사과는 필요하지만, 민주당 특검법은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물타기”라고 말했다.

이런 기류와는 별개로 여당 원내 지도부는 표 단속에 나섰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원내부대표단이 조를 짜서 여당 의원실을 돌며 부결을 독려했다고 한다. 이탈표가 없을 거란 관측이 많지만, 최근 여권 기류가 그만큼 심상찮다는 판단 때문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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