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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이슈 국방과 무기

"미사일 200발은 최소한 대응, 더는 보복 없다" [이란 대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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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친(親) 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와의 지상전에 돌입하자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로 미사일 200여 발을 쐈다.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간 가자전쟁이 이스라엘·헤즈볼라간 분쟁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이스라엘·이란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앙일보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일 서울 용산구 대사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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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미사일 공격 다음날인 2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만난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는 "더 이상 이란의 보복은 없다"며 중동 분쟁에 이란의 전면 등판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번 미사일 공격은 이스라엘의 숱한 도발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이자 마무리"라며 "중동에서 위기가 고조돼선 안된다는 이란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쿠제치 대사와의 일문일답.



"이스라엘 뻔뻔함, 더 큰 대가 치러야"



Q : 지난 4월 이후 5개월여 만에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했다. 공격한 이유는.

A : “이스라엘이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7월31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9월27일),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포루샨(9월27일)을 잇따라 암살한 데 대한 우리의 대응이다. 이스라엘의 뻔뻔한 행태를 생각하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지만, 이란은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중동에서의 분쟁·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우리의 보복은 여기까지고, 더는 없다.”

Q : 일부 서방 언론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데.

A : “이스라엘이 그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고 본다. 이란 군대는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무기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군사적 능력과 대응 체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이는 심대한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 등 제3국 역시 이스라엘의 섣부른 움직임을 막기 위해 압박하고 있다.”

Q : 지난달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국민을 향해 "정권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취지의 영어 연설을 했다. 이란 정부 입장에선 모욕적으로 받아들였을 법하다.

A : “전혀 그렇지 않다. 이란에는 '물에 빠진 사람은 꼭 주변을 끌고 들어간다'는 속담이 있는데, 현재 네타냐후 정권에 들어맞는 말이다. 그의 연설은 이란 국민의 성향을 전혀 모르고 내뱉은 불필요한 소리에 불과하다. 이란 국민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환영하고 정부에 감사를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예멘·요르단 등 중동의 다른 나라들도 이란을 지지하고 기뻐했다. 이란 정부와 이란 국민을 이간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몇몇 국가뿐이다.”
중앙일보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가 2일 서울 용산구 대사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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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분쟁, 하마스 습격 아닌 75년 전 시작"



Q : 네타냐후 총리는 "모든 분쟁은 지난해 10월 하마스 습격으로 촉발됐고, 이스라엘은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A : “그런 주장은 좀 우습고 이상하다. 일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가 지난해 10월7일 시작됐나? 절대 아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점령한 1948년부터 75년동안 지속된 문제다. 이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가자에 봉쇄하고 학대해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철창 없는 감옥에 갇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도 일본에 식민지를 당한 경험이 있으니, 자신의 땅과 재산을 빼앗긴채 압제당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심경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이 단지 10월7일의 사건(하마스 습격)만을 부각시키고,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거짓 선전하는 건 뻔뻔한 일이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Q : 이스라엘에선 네타냐후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데.

A : “드러난 현상과 내재된 진실은 다른 법이다. 이스라엘은 전쟁 시 윗사람이 잘못해도 교체하지 않는 특징이 있는 나라다. 분쟁이 끝나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심판이 시작될 건 뻔한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 1년은 네타냐후의 실패의 연속이었다. 뇌물 등 각종 개인 비리로 인한 사법 리스크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하마스 습격으로) 안보 실패, 가자 휴전 협상 및 인질 생환에도 실패했다. 그는 인질들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미국 등 이스라엘 동맹국도 네타냐후 총리 교체에 나설 거다. 그는 동맹국에 엄청난 부담을 줬고, 투자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Q : '헤즈볼라를 무너뜨리고 중동 내 힘의 균형을 바꾸겠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공언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을까.

A : “헤즈볼라 붕괴란 있을 수 없다. 헤즈볼라 수장은 순교했지만, 그 체제는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들은 레바논 내에 유력 정당으로, 정치·경제·사회에서 가장 큰 세력이다. 이스라엘이 위협할 수 있을만한 조직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을 넘은 건 그저 네타냐후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의미일뿐이다. 지금 네타냐후는 자기 목에 교수형 동아줄을 걸고 제손으로 그 줄을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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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석방 협상을 요구하는 이스라엘 시위대가 지난달 1일(현지시간) 텔아비브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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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팔레스타인 권리 지지해야"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에 전하고 싶은 이란의 메시지는.

A : “인간의 도리를 지키자고 말하고 싶다. 지금 가자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레바논의 민간인들이 어떤 인도적 위기에 처했는지 직시하고, 이스라엘의 잔혹한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 하지만 많은 나라가 이스라엘을 지지함으로써 무고한 피해를 더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부끄러운 일이다.”

Q : 한국이 중동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나.

A :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국으로 선출될 때 이란은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인만큼 평화와 정의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지지하고, 중동 지역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이스라엘이 더 이상 주변 국가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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