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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분양가보다 싸다…서울 아파트도 7000만원 '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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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하다더니…비선호 단지는 '할인 판매'
수요 부족한 오피스텔·생숙은 '마피' 매물 속출
"시세보다 저렴하지만…매수시 환금성 고려해야"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서울에서도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를 내건 아파트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분양 이후 가격이 뛰기는커녕 분양가보다 더 낮은 값에 분양권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청약시장에서 입지나 분양가 경쟁력이 약했던 단지가 매매시장에서도 힘을 못 쓰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특히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은 넘치는 공급을 받아줄 수요가 턱없이 부족해 마피 매물이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매수 시 가격 적정성을 충분히 따져보고 신중하게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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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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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극복했지만 '마피'에 다시 시름

최근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면적 80㎡ 분양권이 마피 7000만원이 붙어 시장에 나왔다. 분양가(10억4822만원)에 옵션(4820만원)을 더한 값보다 7000만원 낮은 10억2642만원 매물이 나온 것이다.

같은 평형의 다른 매물엔 마피 1000만~3000만원이 붙었고, 전용 53㎡와 84㎡ 역시 분양가보다 1000만~3000만원 낮게 거래되고 있다. 프리미엄이 없는 무피(분양가와 같은 가격) 매물도 상당수다.

미아동의 A 공인중개사는 "해당 매물은 저층이긴 하지만 대표 평형(전용 80㎡)이라 문의가 많다"며 "당장 필요한 현금만 있다면 마피 붙은 매물을 사는 게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화포레나미아는 내년 11월 입주를 앞둔 497가구 규모 단지로 우이신설선 삼양사거리역과 가깝다. 2022년 4월 분양 당시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11억5000만원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1년 넘게 무순위 및 임의공급을 9차례 실시한 끝에 미분양 물량을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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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포레나미아 매물 정보 /자료=네이버부동산


구로구 가리봉동 '남구로역동일센타시아'는 전용 42㎡ 매물에 마피 5500만원이 붙었다. 분양가와 옵션을 합친 금액(5억2500만원)보다 저렴한 4억7000만원에 급매로 나왔다. 마피 5000만원을 내건 전용 35㎡ 매물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리봉동의 B 공인중개사는 "일반분양 받은 집주인이 다주택자라 대출 문제로 매매하려는 것"이라며 "마피를 고려하면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남구로역동일센타시아는 지난 6월 준공된 162가구 규모 단지다. 전용 33~67㎡ 소형 평형으로만 구성됐다. 7호선 남구로역까지는 도보로 5분 거리다. 2022년 9월 분양 당시 전용 67㎡ 분양가가 최고 8억900만원에 책정되며 흥행에 실패했다. 준공 이후인 지난 7월까지도 임의공급(14차)을 실시했으며 현재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을 받고 있다.생숙→ 오피스텔 전환 코앞인데…'마피 1억'

오피스텔이나 생활형숙박시설(생숙) 시장은 더 찬바람이 분다. 지난 5월 말 사용승인을 받은 서울 중구 황학동의 오피스텔 '힐스테이트청계센트럴'은 마피 6000만원이 붙은 전용 48㎡ 매물이 나왔다. 또 다른 매물은 계약금(10%)을 포기한다고 명시했다. 분양가는 최고 6억7152만원이었다.

강서구 마곡동의 생숙 '롯데캐슬르웨스트'는 지난달 준공에 앞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가능해졌다. 지자체 심의를 거쳐 오피스텔로 전환되면 실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시장에선 마피를 감수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롯데캐슬르웨스트 전용 88㎡는 계약금 1억6290만원을 포기한 분양권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전용 74㎡ 분양권에도 마피 1억762만원이 붙었다. 이와 반대로 로열동·로열층 매물엔 플러스 프리미엄(웃돈)이 최대 5억원 붙기도 했다.

마곡동의 C 공인중개사는 "잔금을 치를 능력만 있다면 지금 입주도 가능한데 자금이 부족한 경우 마피로 내놓곤 한다"며 "오피스텔로 바뀌는 단계라 집단대출 은행이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10월 말~11월 초까지 대출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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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캐슬르웨스트 매물정보 /자료=네이버부동산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마피가 붙었다는 건 상품성에 비해 분양가가 너무 높게 나왔기 때문"이라며 "오피스텔이나 생숙 같은 경우는 과다 공급된 측면이 있다.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이를 받쳐줄 투자수요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 리드 역시 "신축 아파트라고 해도 단지 규모가 작거나 선호도가 낮은 지역일 경우 플러스 프리미엄이 형성되기 어렵다"며 "오피스텔이나 생숙은 매매가격에 대한 가치상승보다는 임대수익을 보고 접근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선 수요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피 붙은 매물은 공급가격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자체로 수요가 부족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며 "향후 매도할 때 환금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가격이 적정한가를 신중하게 따져보고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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