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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역동적이면서도 포근한 … 창원의 50년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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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창원복합문화센터 동남운동장에 설치된 이유성 작가의 '수직 사바아사나'(2024). 창원 송경은 기자


해안 산업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남 창원의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이곳에 전시된 설치 작품 '반복되는, 예언적인, 잠들지 않는 졸린 도시의 루시드 드림'(2024)을 만든 한국계 미국작가 크리스 로는 창원을 '졸린 도시'에 비유했다. 항만과 제조업이 발달한 인구 100만명의 계획도시지만 도시가 지닌 역동성과 달리 조용하고 침착한 창원의 모습에 꿈결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에게 분명 창원은 시끌벅적한 서울, 부산 등 대도시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로 작가는 "도시 공간들의 소리 없는 상호작용을 백색과 여백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창원특례시와 창원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는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큰 사과가 소리없이'가 최근 개막했다. 전시는 성산아트홀과 성산 패총(조개더미 유적지), 창원복합문화센터 동남운동장,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등에서 11월 10일까지 펼쳐진다. 16개국에서 86명이 참여해 총 177점을 선보인다. 제목인 '큰 사과가 소리없이'는 김혜순 시인의 시 '잘 익은 사과'의 한 구절을 따온 것으로 긴 시간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을 되돌아본다는 의미다. 도시의 역사와 변화, 여성과 노동 등을 조명한다.

현시원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올해는 창원에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창원이 지나온 50년이라는 시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다"며 "특히 창원을 대표하는 유적지인 성산 패총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국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는 성산 패총은 1970년대 창원국가산단 조성 당시 발견된 유적으로, 청동기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당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창원의 핵심 유적지다.

성산 패총을 이루는 구릉에 올라서면 잔디밭에 조각가 박석원의 조각 작품 '핸들'(1968)이 관객을 맞는다. 1960년대 말 시작한 알루미늄 용접 조각인 '핸들' 연작의 초기작으로 거울처럼 주변 환경을 비추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최고은 작가는 창원 앞바다가 보이는 성산 패총 전시관 테라스 공간에 건물 기둥을 지지체 삼아 창원의 산단과 패총을 잇는 나선형 조각 작품을 설치했다. 나선의 파이프 사이사이로 보이는 유적지와 공장, 자연을 통해 창원 지역의 헤리티지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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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 설치된 크리스 로의 '반복되는, 예언적인, 잠들지 않는 졸린 도시의 루시드 드림'(2024). 창원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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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전시 역시 창원의 서사를 끌어온다. 건물 옥상에 놓인 심정수 작가의 조각 작품 '서해안(알)'(1985)을 관람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은 그 뒤로 보이는 창원 국가산단과 도시 풍경에 머물게 된다.

또 다른 전시공간인 동남운동장은 1980년 창원 국가산단 근로자들의 복지센터와 교육장으로 건립된 옛 새마을회관 내 운동장으로 현재는 쓰임이 없는 공터다. 이곳에 설치된 이유성 작가의 '수직 사바아사나'(2024)는 이제는 활기를 잃어버린 공간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사바아사나는 요가에서 '송장 자세'로 불린다.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으로 높이 17m, 무게 23t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인 조각가 정현의 '목전주'(2006)도 창원과의 인연으로 이례적으로 미술관 밖으로 나와 이곳 동남운동장에 놓였다. 콘크리트 전봇대로 대체돼 쓸모를 다한 목전주를 주재료로 사용한 추상조각으로 세월을 견디며 역할을 다한 나무의 힘과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창원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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