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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英, '마지막 阿 식민지' 차고스제도 모리셔스에 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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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요충지' 디에고 가르시아 미·영 군사기지는 英이 통제

뉴시스

[AP/뉴시스] 영국은 3일(현지시각)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인 인도양 차고스 제도를 반세기 만에 모리셔스에 반환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미 해군이 공개한 디에고 가르시아섬의 항공 사진. 이 곳은 차고스 제도 내 가장 큰 섬으로, 미국과 영국의 합동 군사기지가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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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영국이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인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한다.

3일(현지시각)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영국령 인도양 지역의 차고스 제도를 반세기 만에 모리셔스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제도의 가장 큰 섬 디에고 가르시아에 있는 미·영 합동 군사기지는 예외로 두고, 99년 동안 영국이 계속 통제하기로 했다.

양측은 최종 조율을 거쳐 조약을 가능한 빨리 완료할 계획이다.

"과거 잘못 해결"…바이든 "오랜 역사적 과제 극복" 환영


이로써 수십년간 이어져 온 양측 간 영유권 분쟁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BBC는 "영국은 인도양에 있는 외딴 섬이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섬들의 주권을 반세기 만에 포기한다고 발표했다"며 "수년간의 협상 끝에 타결된 이번 협정으로 영국은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넘겨주는 역사적인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넘기기로 합의하면서 영국의 마지막 아프리카 식민지를 둘러싼 수년간의 격렬한 분쟁이 종식됐다"며 "이번 합의는 13차례의 협상과 국제적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960년대와 1970년대 차고스인 강제 추방은 반인도 범죄이자 전후 식민주의의 가장 부끄러운 사례 중 하나였다"며 "이번 합의로 이들에게 귀향할 수 있는 권리가 허용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프라빈드 주그노트 모리셔스 총리는 공동 성명에서 "이것은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순간이며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법치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준다"며 "과거의 잘못을 해결하고 차고스인들의 복지를 지원하겠다는 양국의 약속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역내 및 세계 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는 영국이 99년 동안 주권적 권리를 부여받았다"며 "장기적이고 안전하며 효과적인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 정부가 군사 기지의 미래를 확보했다"며 "잠재적인 불법 이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이번 조약의 이점"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가가 오랜 역사적 과제를 극복하고 평화롭고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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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 2008년 10월22일 사진으로, 영국 런던 하원 밖에서 시위대가 차고스 제도 주민들의 귀향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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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차례 협상·국제 압력 끝에 '불법 점령' 논란 종지부


차고스 제도는 인도양 한가운데 있는 산호초 제도다. 몰디브 남쪽으로 1600㎞ 즈음 위치해 있다. 60개가 넘는 산호섬들이 7개의 환초를 이루고 있다. 이 중 가장 크고 중요한 섬인 디에고 가르시아는 미·영 합동 공군기지로 유명하다.

영국은 1814년부터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에 대해 1968년 독립을 승인했는데 이 때 차고스 제도는 분리해 영국령으로 남겼다. 이 곳의 군사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1967~1973년 섬 주민 1500~2000명을 강제로 추방하고 군사기지를 설치했다.

이번 결정은 국제적 압박과 13차례에 걸친 협상의 결과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19년 영국은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독립 승인 대가로 차고스 제도를 영국에 넘기도록 강요받았고, 이 섬들이 불법적으로 분리됐다"는 모리셔스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같은 해 유엔총회에서도 "차고스 제도는 모리셔스의 영토"라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모두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받아들이길 거부했었다.

하지만 국제적 압력은 계속됐고 영국은 2022년 첫 협상을 시작으로, 13차례 협상을 거쳐 반환을 결정했다. 2022년 자그디쉬 쿤줄 유엔 주재 모리셔스 대사는 페로스반호스 환초 위에 자국 국기를 게양하기도 했다.

강제이주 배상 문제는 빠져…인권단체 "식민지 범죄 책임져야"


가디언에 따르면 차고스 난민 단체의 올리비에 방쿨트 회장은 "중요한 날"이라고 환영했다. 가족이 모리셔스로 추방될 당시 4살이었던 그는 2000년 이후 영국 법원에서 모리셔스의 주권을 놓고 일련의 법적 소송을 제기했었다.

방쿨트는 "40년 이상 지속된 긴 투쟁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오늘은 고향을 떠나야 했던 차고스 주민들에게 가해진 불의가 인정받았다"라고 반겼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섬으로 돌아오고 싶어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섬들 중 많은 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며 "차고스인들이 그 곳에서 일자리를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영국은 강제 이주로 피해를 입은 차고스인들에 대해 무조건적인 배상을 해야 한다면서 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조약은 차고스인들의 권리를 다뤄야 하며 그들과 의미 있는 협의를 거쳐야 한다"면서 "영국, 미국, 모리셔스는 여전히 진행 중인 식민지 범죄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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