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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故이선균 추모 더는 강요하지 마세요 [연예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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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4일 열린 부산영화제 ‘나의 아저씨’ 스페셜 토크에 참석한 김원석 감독. 박호산·송새벽(왼쪽부터). 부산=양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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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는데 이건 범죄도 아닌데, 범죄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거슬리는 상대가 된 거죠. 대중이 외면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요?”

그 결말이 비극이었기에, 그 자체로 안타웠기에 그저 모두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누군가의 찐형이었고, 누군가의 진짜 아저씨였으며, 의지했던 동료요, 존경했던 선배 혹은 자랑스러운 후배였던 고(故) 배우 이선균. 그래서 오롯이 존중했다. 저마다의 상처가 깊고 그 종류도 시각도 다르지만, 고인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여전히 여러 시선이 공존함에도 침묵했다. 하지만 업계 내빈 행사가 아닌 한국 콘텐츠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자리에서 계속되는 울분 토로, 과연 적절할까.

부산국제영화제 초반인 4일 부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에서 고(故) 이선균을 추모하는 특별 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의 일환으로 ‘나의 아저씨’ 스페셜 토크가 열렸다. 영화 ‘끝까지 간다’, ‘기생충’, ‘행복의 나라’, 드라마 ‘나의 아저씨’ 등 총 6편의 작품이 상영되며 고인의 동료들이 참여하는 GV도 각각 진행 중이다.

영화제 개막식에서부터 고인을 기리는 추모 영상이 공개됐고,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 주인공으로도 선정됐다. 이후 내내 이어진 특별 프로그램 상영회마다 고인에 대한 동료들의 눈물과 추모, 그리움의 발언이 이어졌다.

사실 고 이선균이 올해의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업계에선 “충분한 자격”이라는 의견만큼 (공론화하지 못했을 뿐) “다소 적절치 않다” “공과사 구분이 너무 없다”는 반응도 상당수였다.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적인 성장에 이바지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이 상에 고인이 훌륭한 배우임은 인정하지만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업적에 대해선 그가 어떤 독보적인 성과를 냈는지 충분히 납득되지 않았다.(그간 수상자들은 대부분 원로 제작자나 배우, 영화계 다양한 업적을 남긴 이들이었다.)

글로벌 화제작 ‘기생충’은 업적으로 치자면 봉준호 감독의 것이요, 주연 배우로서도 송강호 등을 넘어서진 않는다. 칸 영화제 진출이나 해외 트로피를 거머쥐는 등의 쾌거를 이룬 배우들도 이미 상당수다. 그저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영화인들의 깊은 추모의 의미로 봤다.

그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동료 배우들의 추모와 격정 발언에 대해서도, 이를 넘어 사회를 향한 분노와 비난, 단체 행동 등에도 모두가 침묵했다. 고인의 사망 전 떠오른 사생활 이슈에 대해 업계 내에서 조금만 사적인 대화를 나눠봐도, 온라인에서 대중들의 반응을 살펴봐도, 여전히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함께 추모하고 슬퍼했다. 경찰 수사가 과했던 부분이 있었고, 너무나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비극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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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서 열연한 고 이선균. 사진|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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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점점 더 과해지는 모양새다. 사적인 자리에선 극심한 슬픔으로 여과없이 분노하며 보낼 수 있는 말들이 공적인 자리에선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이날 ‘나의 아저씨’ 팀처럼 지나치면 그렇다.

김원석 감독은 이날 시민들과의 스페셜 토크에서 “드라마 후반 작업 때문에 이선균 씨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를 추모하는 행사는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계속되어야 하고 그가 왜 죽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는 행사가 다양한 방향으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중을 강자’라고 표현하며 “배우들과 감독에게 오너는 결국 대중이다. 대중이 외면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싶다.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낸 언론사나 경찰 검찰이나 이런 사람들은 대중이 용인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대중은 미디어 시대에 본인들이 강자라는 걸 잘 아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르기 전에 조금 더 기회를 달라.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는데 이건 범죄도 아닌데, 범죄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거슬리는 상대가 된 것”이라며 “배우들은 되게 나약한 사람이다. 생업의 터전이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기사를 낸, 허위 수사 내용을 유출한 사람을 대중의 힘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격분하기도 했다.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의 형으로 출연해 호흡을 맞췄던 배우 박호산도 “걔(이선균)가 쪽팔린 걸 진짜 싫어했다. 세상이 걔를 쪽팔리게 만들었다”며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나의 소중한 사람의 비극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모하고, 그리워하고,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때와 장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 적절한 선을 지키고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인생 드라마로 남아 있는 ‘나의 아저씨’는 진짜 어른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들 또한 모든 역경과 많은 일들을 경험한 뒤 스스로 되돌아보고 고뇌하며 정리하지 않는가. 고인을 잘 안다면, 더 많은 이들이 고인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기억하길 바란다면, 지금보단 더 성숙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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