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빠른 타결…'트럼프 리스크' 고려한 듯
연간 증가율 상한선도 재도입…5% 설정
정부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대한 양국 의지 반영"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는 3일 미국 측 수석대표 린다 스펙트 국무부 선임보좌관과 서울 외교부 정부청사 별관에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가서명했다.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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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1조5,192억 원으로 확정했다. 내년보다 8.3% 인상한 수치다. 이후 2030년까지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물가 상승률)를 적용해 올리기로 했다. 당초 국방비 증가율에 따라 인상하던 것과 다른 방식이다. 이에 따라 2030년 분담금 총액은 1조6,716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외교부는 4일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며 "상호 이해와 신뢰, 동맹 증진을 바탕으로 양국이 수용가능하고 합리적 결과를 비교적 신속하게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은 2026년부터 2030까지 5년간 유효하다.
SMA에 따라 우리 측이 지불할 분담금은 2019년 1조 원 돌파 이후 7년 만에 1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다만 정부는 직전 협정인 11차 SMA와 비교해 증가율이 5%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우리 측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인상 요구로 국방예산 증가율을 적용해 전년 대비 분담금을 13.9% 늘릴 수밖에 없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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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최대 관건인 인상률 산정 방식은 국방예산 증가율이 아닌 물가 상승률에 연동하는 것으로 바꿨다. 2020년부터 2025년 6년간 한국의 방위비 증가율에 맞추면서 분담금이 35% 치솟은 상태다. 반면 새롭게 물가 상승률(2.5%)을 적용할 경우 협정이 만료되는 2030년까지 분담금 증가율은 19.5%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다만 급격한 물가 상승을 고려, 5%로 상한선을 뒀다. 이는 8·9차 SMA(4%)와 비교해 높은 수치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국방비 증가율은 연평균 4.3%인 데 반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DI)에서 전망하는 물가 상승률 2%대를 적용하면 방위비 분담금 상승률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 양국은 △역외자산 정비 지원 관행 폐지 △ 군사건설 분야에서의 5개년 사업계획 제출 명문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대상 퇴직연금제 도입 협의 △ 한국 국방부 사용 군사건설비 증액(5.1%) 등의 제도 개선 조치들도 명문화했다.
정부는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서명을 거친 뒤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순탄하게 진행되면 발효까지 2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독소조항이 숨겨져 있는지, 과도한 비용 지불은 아닌지를 놓고 야당과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할 경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우리와 달리 미국은 SMA가 행정협정이어서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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