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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한국, 2026년 방위비 분담금 ‘1조5192억’···미국과 8.3% 인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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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적용됐던 ‘국방예산 증가율’ 폐지

미 대선 전 합의…트럼프 당선 땐 변수로

총액형→소요형으로의 전환은 진척 없어

경향신문

지난해 11월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가 계류돼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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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2025년보다 8.3% 인상된 1조5192억원으로 결정됐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는 전년도 분담금에 ‘소비자 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해 결정된다. 2021~2025년 이례적으로 ‘국방예산 증가율’을 반영했던 것을 기존 방식대로 되돌린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1~2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8차 회의에서 제12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외교부가 4일 밝혔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를 미국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대한 예외조치로, 1991년부터 한국이 지원해왔다.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군사건설비(시설 건설 지원)·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 지원)로 구성된다.

12차 SMA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적용되는 다년 협정이다. 2026년 분담금은 2025년 1조4028억원에서 8.3% 늘어난 1조5192억원으로 합의됐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6.2%)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용 상승분 등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9·10·11차 SMA 인상율은 각각 5.8%·8.2%·13.9%였다.

2027~2030년 기간은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년도 CPI 증가율을 반영해 정해진다. CPI가 연 2.5%일 경우 분담금은 연 평균 3.6%씩 늘어나, 2030년에 1조6769억원이 된다. CPI가 연 2%일 경우에는 연 평균 3.2%씩 늘어나, 2030년에 1조6444억원이 된다. 다만 연간 증가율이 5%가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뒀다.

정부는 이번 협의에서 11차 SMA에 적용됐던 ‘국방예산 증가율’ 대신, 8·9차 SMA에 적용했던 CPI 증가율을 반영한 것을 성과로 본다. 2021~2025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4.3%였던 데 반해 CPI 증가율은 2%대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방예산 증가율을 4%로 가정해 적용하면 분담금이 연평균 4.8%씩 늘어나 2030년에는 1조7772억원이 된다.

국방예산 증가율을 반영하는 방식은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요구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협의는 이를 기존 방식대로 되돌린 것이다. SMA는 한국 경제성장에 맞춰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분담하자는 취지인데, 국방비 지출은 경제력에 대한 지표가 아니다. 11차 SMA 비준 동의 당시 국회는 “국방예산 증가율 연동이 한국의 부담을 크게 늘린다”면서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11차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 때 주로 논의 돼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타결됐다.

이밖에 이번 협의에서 그간 분담금의 일부를 주일미군의 전투기 등 역외 자산 정비 지원에 쓰였던 관행을 폐지했다. 또 한국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를 소폭 증액했다.

협의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친 이후 공식 서명된다. 이후 국회 비준동의안 의결을 거치면 정식으로 발효된다. 미국의 경우 국회 동의 절차 없이 행정부의 승인만 받으면 된다.

이번 협의가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대폭 변경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론적으로 양국이 합의할 경우 재협상은 가능하다.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거친 협의안을 한쪽의 요구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방위비 분담금 결정 방식을 현행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변경하는 안에 대해서는 진척이 없었다. 소요형은 실제 쓰일 비용만큼 내는 방식이다. 일본은 1989년 SMA 도입 때부터 소요형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전환하는 것에 한·미가 이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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