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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사설] 말로는 ‘국민 눈높이’ 행동은 ‘김건희 방탄’, 특검법 또 폐기한 한 대표와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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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해 재표결한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대한 표결 결과지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의장에게 전달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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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이 4일 국회 재의결 끝에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이틀 만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두번째, 채 상병 특검법은 세번째다.



두 특검법 모두 국민 대다수가 입법에 찬성하고, 매번 국회의원 다수의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자신과 부인의 범죄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번번이 입법이 가로막히고 있다. 노도와 같은 민심을 저버린 채 공공을 위해 써야 할 대통령의 권한을 사사로이 쓰는 집권자의 행태에 많은 국민이 참담함과 분노를 느낄 것이다.



집권 여당 또한 국민의 노여움을 피해 갈 수 없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두 특검법 찬성은 출석 300명 중 194명에 그쳤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4명은 반대표를 던졌고, 2명만이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무효·기권 2표를 포함해 전체 이탈표는 4표로 추정된다. 미세 균열이 감지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용산 눈치 보기에 급급한 여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윤 대통령 부부의 숱한 불법 의혹을 싸고돌다가 유례없는 총선 참패를 겪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인가.



불과 두달여 전 전당대회에서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당선된 한동훈 대표가 재의결 과정에서 보인 이중적 행태는 특히 큰 실망을 자아낸다. 그는 이날 재의결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당내외 많은 분들 생각을 안다”면서도 “통과되면 사법 시스템이 무너진다”고 반대 투표를 독려했다. 이런 핑계가 국민들에게도 통하리라고 생각하는가. 특검법이 통과되면 사법 시스템이 붕괴한다니, 그럼 국민들이 사법 시스템 붕괴를 바란단 말인가. ‘법 앞의 평등’을 무너뜨려 우리 사법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는 장본인이 누구인지 정말 모르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기껏 ‘김 여사 사과’ 정도를 건의하려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조차 완강히 거부했다. 김 여사 문제를 사법적으로 해소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요구는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국민의 편에 서기보단 궤변을 동원해 ‘김건희 방탄’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에 또 좌절됐지만, 두 특검 성사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마저 폐기시킬 순 없다. 계속 거부권으로 민심을 틀어막으려 한다면, 감당하기 힘든 역풍과 저항이 현 정권을 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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