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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하면 최악…유가 101달러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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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뉴욕상업거래소 내 게시물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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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3일(현지 시각) 국제유가를 5% 가량 끌어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 생각에 그것은 …”이라면서도 “우리는 그것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지지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니다(No)”라고 답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이란의 석유시설을 주요 목표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지만,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원유 선물시장이 출렁거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값이 전날보다 3.61달러(5.15%) 오른 배럴 당 73.9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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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시장에 퍼졌을 때도 원유 선물가격은 장 초반 5% 이상 급등한 적이 있다. 하지만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했다. 바이든의 발언 이후 5% 오른 가격인 73달러는 최근 1년 내 최고치인 89달러에 견줘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중동의 팽팽한 긴장에 비해 시장이 너무 차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2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유가(WTI 선물 기준)가 5월에 12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치솟은 바 있다. 8월이 되자 1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시엔엔(CNN)은 최근 원유 시장의 차분한 반응을 두고 ‘울부짖는 늑대 소년’ 사고방식이 자리 잡았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공포에 휩싸였다가 순식간에 흐지부지되는 것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위기에 무감각해져, 거래가격을 올리기 전에 실제 원유 공급 차질의 증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지난 2분기에 하루 평균 330만 배럴 가량의 원유를 생산했으며, 8월에 하루 180만 배럴을 수출했다. 이스라엘이 카르그섬에 있는 이란의 석유 수출 터미널을 공격할 경우 하루 18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게 된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하루 소비하는 1억 배럴에 견주면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다. 컨설팅회사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이번주에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경우 국제유가가 현재 약 74달러에서 배럴당 86달러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고객들에게 밝혔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유가가 더 급등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엔비시(CNBC)는 “스웨덴 은행 에스이비(SEB)의 수석 원자재 애널리스트 비야른 쉴드롭은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파괴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이상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경고에 견줘 원유시장이 차분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브라질 및 기타 지역의 석유 생산량 증가는 글로벌 연료 공급을 다양화했으며, 이는 석유 시장이 테헤란이 중단시킬 수 있는 중동 선적에 덜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에너지 및 보안 분석가들의 말을 전했다.



미국의 셰일 혁명과 세계 각국의 유전 개발로 원유 공급 과잉 우려가 상존하는 현실은 1970년대 중동전쟁에 따른 두 차례의 석유위기가 일어났던 때와는 시장 여건이 다르다. 중국의 경제 침체로 원유 수요는 줄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석유 카르텔인 오펙 플러스(OPEC+)는 내분을 겪고 있다. 감산 지속 과정에서 시장 점유율이 줄어든 사우디는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가 에너지 가격 급등을 바라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중동 석유 수출의 핵심 통로인 페르시아만 입구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을 최악의 사태로 꼽는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이다. 클리어뷰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뤄지면 유가가 101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3일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 세계 원유 시장은 미지의 바다에 놓이게 될 것이다. 유가는 이전 사상 최고치를 훨씬 넘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으며 시장이 적응함에 따라 가격 급등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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