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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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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까지 쥐락펴락 '콘텐츠 블랙홀' 넷플릭스… 내년 영화 7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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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김병우 변성현 감독 신작 포함
내년 선보일 한국 영화 라인업 7편
"영화 시장 빠르게 접수"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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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내년 선보일 '대홍수'는 김다미 박해수가 주연한 재난 블록버스터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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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진격의 넷플릭스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 이어 영화 시장까지 쥐락펴락하게 됐다. 넷플릭스의 영상 콘텐츠 시장 잠식이 가속화되며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지난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 영화' 행사를 열고 내년 자사 플랫폼을 통해 공개할 한국 영화 7편을 공개했다. 넷플릭스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2~11일) 대규모 영화 관련 행사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넷플릭스 '전, 란'은 OTT 영화 최초로 부산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존 대형 투자배급사 역할 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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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은 설경구와 네 번째 호흡을 맞춘 '굿뉴스'를 내년 넷플릭스에 공개한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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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은 기존 대형 투자배급사 물량에 맞먹는다. 영화진흥위원회 보고서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투자배급사 CJ ENM과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상영 영화 편수는 각각 8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7편이었다.

국내 투자배급사가 투자를 줄이는 중이라 내년 배급 편수는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 극장 불황으로 영화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기존 투자배급사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넷플릭스는 '사냥의 시간'(2020)을 구매해 독점 공개한 후 극장 미개봉 한국 영화 물량 확보에 힘을 쏟아 왔다. '모럴센스'(2022)를 시작으로 2년 전부터는 자체 제작 영화들을 선보였다. 내년 공개 7편 모두 '순수 넷플릭스 영화'들이다.

7편은 각양각색이다. '대홍수'(감독 김병우)는 대형 물난리를 소재로 한 재난 블록버스터다. '계시록'(감독 연상호)은 범죄와 종교를 결합한 스릴러다. '굿뉴스'(감독 변성현)는 1970년대 비행기 추락 사건이 소재다.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는 층간 소음을 다룬 스릴러다. '사마귀'(감독 이태성)는 영화 '길복순'(2023)에서 뻗어 나온 액션물이다. '고백의 역사'(감독 남궁선)는 로맨틱코미디다. '이 별에 필요한'(감독 한지원)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멜로물로 애니메이션이다. 다양한 영화로 '방구석 1열 관객' 공략에 나서려 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와 시리즈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원 넷플릭스 콘텐츠팀 디렉터는 이날 "시청자들의 취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 재미는 물론이고 톡톡 튀는 이야기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 이어 영화 시장까지 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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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신작 '계시록'은 류준열과 신현빈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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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공세 이외에도 주목할 점이 있다. 넷플릭스 신작 7편에는 중견 감독부터 신인 감독까지 한국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짊어질 영화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김병우 감독은 '더 테러 라이브'(2013)로 관객 558만 명을 모았고,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한 '전지적 독자 시점'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1,157만 명이 극장에서 본 '부산행'(2016)과 '반도'(2020) 등 화제작을 만들어온 흥행술사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영화인이다. 남궁선 감독은 독립 영화 '십개월의 미래'(2021)로 호평 받았다. 한지원 감독은 2018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애니메이션대상을 받은 국내 애니메이션계 기대주다.

유력 영화인과 유망 신인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는 건 국내 영화 시장의 급변과 관련이 깊다. 극장 관객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60% 수준인 상황에서 영화계 돈줄이 마르고 있어서다. 넷플릭스가 창작에 큰 간여를 하지 않는 점도 감독들에게 매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길복순'을 함께했던 변성현 감독은 "제일 좋았던 점은 창작자에 대한 지원이 너무 좋다는 것"이라며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을 바로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생소하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우려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넷플릭스가 영화 시장에서도 황소개구리로 확실히 자리 잡는 거 아니냐는 거다. 한 중견 제작자는 "국내 영화시장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된 넷플릭스의 장악력이 무섭다"며 "짧은 기간 7편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과정에서 영화 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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