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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통신비 논란]② 통신요금, 2년간 제자리 걸음… 온라인 판매·단말기 확대해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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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윤석열 정부는 통신 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깨고 경쟁을 활성화시켜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고자 했다. 하지만 가계 통신비는 내리지 않았고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며 고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통신비 인하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통신 시장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통신비를 내릴 대안은 없는지 점검해본다.

일본은 지난 2016년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폰’을 도입했다. 구글은 일본 3대 통신사인 소프트뱅크, KDDI, NTT도코모와 협업해 판매 채널을 확대해 나갔다. 구글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IDC 집계)은 최신 모델인 ‘픽셀 7a’ 출시를 기점으로 2022년 1.5%에서 지난해 10.7%까지 늘었다. 픽셀 7a가 플래그십 제품인 ‘픽셀 7’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출시된 데다, 고성능 프로세서와 카메라가 적용돼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구글은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며 삼성전자(4위)를 제치고 샤프(2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픽셀폰이 일본 통신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현지 통신사들도 맞춤형 저가 요금제를 내놓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사용한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일본과 달리 한국 통신 시장에선 삼성과 애플의 양강 체제가 굳건한 가운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도 가계 통신비는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출시 단말기를 다양화하고, 제조사와 통신사의 공시지원금 분담을 투명하게 공표하는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구당 통신비는 12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2분기(12만3000원) 대비 6000원 증가했다. 지난 2년간 가계 통신비는 12만~13만원대를 오가며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쳤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들어 정부가 추진한 제4 이동통신 출범 무산과 번호이동시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전환지원금’이다. 전환지원금은 통신 3사간 경쟁을 활성화하기는커녕 알뜰폰 시장을 죽이는 부작용을 냈다.

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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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사 공시지원금 밝히고 단말기 종류 늘려야”

전문가들은 통신비를 잡기 위해선 현행 공시지원금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시지원금 제도는 지난 2014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원래 취지는 통신사들이 단말기 지원금을 공개해 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기기를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물량 확보를 위해 통신 3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시지원금을 부담하는 반면, 제조사는 공시지원금을 적게 부담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공시지원금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병준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시지원금 분담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는 통신사 뒤에 숨을 수 있는 구조”라며 “제조사가 내는 공시지원금 비중을 공개하면, 기업 간 경쟁이 활발해져 통신비 경감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 애플 등 제조사가 각각의 공시지원금 분담을 공개하는 ‘분리공시제’는 지난 2017년에도 추진됐지만, 제조사들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국내 판매 장려금 규모가 알려지면, 해외 시장에서도 동등한 수준의 요구가 이어져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통신 시장에 유통되는 단말기 종류를 늘리는 것도 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매년 최신폰 가격은 오르는데, 지금과 같은 시장 구조에서는 통신비를 낮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일본 사례처럼 경쟁력 있는 단말기를 들여와 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온라인 판매 확대하면 대리점 운영 비용 줄일 수 있어

통신 3사의 과도한 오프라인 채널 경쟁이 통신비 인하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통신 3사 대리점을 포함한 휴대폰 판매점 수는 전국적으로 1만8815곳에 달한다. 통신 3사는 통상 휴대폰을 1대를 팔 때마다 30만원 이상의 판매 장려금을 대리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리점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건비와 판매 장려금이 올라가면 통신사는 이를 소비자로부터 받는 요금에 전가한다.

현재 통신 3사는 온라인을 통해 ‘다이렉트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직접 요금제를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로, 별도 약정이 없는 데다 일반 요금제보다 30%가량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SK텔레콤의 5G(5세대 이동통신) 월 요금은 12만5000원이지만, 비슷한 수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월 요금을 6만9000원까지 낮출 수 있다. 공시지원금, 선택약정 할인 등 일부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통신비 인하의 대안으로 꼽힌다.

온라인 판매 확대는 통신 3사가 대리점 운영에 투입하는 인건비·관리비 절감으로 이어져, 요금제 할인의 기반을 제공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통신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존 대비 수익성을 35%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 티모바일도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채널 확대를 줄이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매장을 체험형으로 개편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소비자가 유심을 직접 받아 단말기에 끼우고 개통할 수 있는 구조라, 과거처럼 많은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통신 3사가 온라인 개통 창구를 확대하면, 남은 재원을 통신비 인하에 쓰도록 유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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