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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연금과 보험

“은행 이자보다 더”… 퇴직연금 수익·안정 다잡은 ‘디딤펀드’ 뜬다 [마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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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운용사, 자산배분펀드 출시

주식·채권·대체자산 조합 TDF 유사

위험·안전자산 시장상황 따라 조절

장기투자 특화 물가상승 이상 수익

삼성 ‘밀당 다람쥐 글로벌 EMP 펀드'

ETF 활용 선진국·신흥국 분산 투자

한국투자 ‘CPI+ 펀드’ 소비자물가 연동

NH-아문디 ‘하나로’는 ESG로 차별화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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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의 80% 이상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머무는 상황에서 이를 다양한 자산 투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디딤펀드’가 지난달 출시했다. 디딤펀드는 금융투자협회가 25개 자산운용사와 협업해 만든 중장기 퇴직연금 특화 브랜드로,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고 투자의무비율(위험자산 70% 한도 제한)을 적용받지 않아 100%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6일 금투협에 따르면 디딤펀드는 장기 연금투자를 위한 자산배분 펀드다. 국내 25개 자산운용사는 다양한 자산배분 전략을 담은 디딤펀드를 하나씩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382조원 중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되는 적립금은 87% 수준인 333조원에 달했다. 자산운용사 출신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부터 퇴직연금 자금을 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유도해 노후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 결과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디딤펀드가 탄생했다.

디딤펀드에 참여한 운용사는 각자 역량을 차별화해 상품을 출시했다. 이들 상품은 대부분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등을 조합해 투자 대상으로 삼았는데, 다른 퇴직연금 상품인 생애주기형펀드(TDF)와 유사한 구조다. 다만 TDF는 생애주기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간 비중을 조절하는 반면 디딤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이를 조절한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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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별 디딤펀드 특징은

먼저 삼성자산운용은 ‘밀당 다람쥐 글로벌 EMP 펀드’를 내놨다. EMP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운영하는 상품이다. 밀당 다람쥐 글로벌 EMP 펀드는 거시 상황을 고려해 주식과 채권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 선진국과 신흥국에 폭넓게 분산투자한다. ETF를 활용하기 때문에 저비용으로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경기 변화에도 흔들림이 적고 상대적으로 양호한 투자성과를 추구하도록 설계됐다는 게 삼성운용 측 설명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웨더 TRF 펀드’를 출시했다. 투자자가 선호하는 위험도에 맞춰 글로벌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타깃리스크펀드(TRF) 형식의 상품이다. 퇴직연금 자산의 특징에 맞게 장기적 관점에서 임금 상승률(지난해 말 기준 3년 평균 4.0%) 이상의 가치 상승을 추구한다.

KB자산운용은 장기 투자에 적합한 ‘다이나믹 자산배분 펀드’를 선보였다. 이 펀드 역시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가져가기 위해 글로벌 주식, 채권 자산에 분산투자한다. 외부위탁운용(OCIO) 자산 배분안을 활용한 글로벌 채권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동시에 시장 상황에 따라 글로벌 주식 투자 비중을 30~50%에서 탄력적으로 관리해 수익을 추구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CPI+ 펀드’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비자물가와 관련이 높은 미국 물가채 및 호주 주식과 원자재, 부동산, 인프라 등 대체자산에 투자한다. 특히 ’퇴직연금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호주의 퇴직연금 사정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인 ‘마이슈퍼(Mysuper)’를 벤치마킹했다.

신한자산운용은 ‘글로벌 EMP 펀드’를 통해 해외 주식과 국내 채권 중심으로 투자한다. 변동성 등 위험 수준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환 헤지(위험 회피) 20~80%를 목표로 하는 환율 전략으로 변동성을 완화한 게 차별점이다.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에 연 3%를 더한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NH-아문디 자산운용의 ‘하나로 펀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콘셉트로 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을 다른 디딤펀드와 차별화 포인트로 뒀다.

중소형 운용사들도 공모펀드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디딤펀드로 자금을 유치하려고 힘을 쏟는다.

흥국자산운용은 전 세계 모든 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ETF에 주로 투자하는 ‘연기금 플러스’ 펀드를 개발했다. 투자 대상을 다양화해 초과 수익을 달성할 기회를 늘리는 방식이다. 연·기금이 사용하는 자산배분 프로세스를 적용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량적 분석 투자를 한다.

에셋플러스 자산운용의 ‘굿 밸런스 펀드’는 미국의 혁신기업과 유럽 명품 소비, 아시아 관광자원 등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분산투자를 지향하도록 설계됐다.

◆증권사 통해서만 가입 한계도

금투협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상품인 만큼 운용사들도 디딤펀드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퇴직연금 자금 이동을 유인할 세제 혜택이 없다.

지난 2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의 75%를 보유한 은행·보험사에선 디딤펀드에 가입할 수 없다. 디딤펀드 가입은 14개 증권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증권사 계좌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가입자들은 주로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가져가는 디딤펀드로 유인하기는 한계가 클 수밖에 없다.

금투협 관계자는 “연말 세액공제가 이뤄지고 난 뒤 연금 수요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디딤펀드의 1차적인 성과가 그때쯤 가려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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