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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족보가 족발보쌈?” '수도' 뜻도 모르는 요즘 학생들 문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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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초중고 교사 5848명 학생 문해력 조사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욕하냐고 한다”

“어휘까지 설명해 주면서 수업 진도 나가야”

“디지털매체 과사용 원인…독서교육 강화를”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중3이 수도라는 말을 몰라 충격받았습니다.”,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있습니다.”,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욕하냐고 하더라고요.”

이데일리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흥복전에서 열린 ‘전 국민 받아쓰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받아쓰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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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문해력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전국의 초중고 교사 5848명을 대상으로 학생 문해력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거보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는 응답이 91.8%에 달했다. 저하됐다는 응답은 53%, 매우 저하됐다는 39%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모바일과 PC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28% 포인트다.

조사 결과 해당 학년 수준 대비 문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21% 이상이라고 응답한 교사는 절반 가까운 48.2%였다. 31% 이상이라는 응답도 19.5%였다. 심지어 교사의 도움 없이는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21% 이상이라는 응답도 30.4%나 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학생 문해력 문제로 난감했던 사례를 주관식으로 받았다. 그 결과 A교사는 “이성 간의 예절에 대해 수업할 때 이성이란 말을 모르더라. 수업 중 진도를 나가는데 개념이 아니라 어휘 뜻을 설명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B교사는 “경기력의 저하를 설명하는데 저하란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며 저하를 왕과 왕비를 칭할 때 쓰는 저하인 줄 알고 있으며 앞뒤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다”고 했다.

C교사는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을 알지 못 한다”고 했으며 D교사는 “족보를 족발보쌈세트로 알고 있다”고 했다. E교사는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했더니 왜 욕하냐고 하더라”고 했으며 F교사는 “왕복 3회라고 했더니 왕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더라”라고 했다.

교사들은 학생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스마트폰·게임 등 디지털매체 과사용’(36.5%)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독서 부족(29.2%), 어휘력 부족(17.1%), 지식 습득 교육 부족(13.1%) 순으로 조사됐다.

학생 문해력 개선 방안으로는 독서 활동 강화(32.4%)를 꼽은 교사가 가장 많았다. 이어 어휘교육 강화(22.6%), 디지털매체 활용 습관 개선(20.2%), 토론·글쓰기 등 비판적 사고 및 표현력 교육 강화(11.4%)가 그 뒤를 이었다.

교사들은 디지털기기가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뿐만 아니라 필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인식했다. 학생들의 필체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체 가독성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94.3%에 달했다.

교총은 “학생들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 치기도 곤란한 현실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문해력 저하는 학습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와 향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에도 부정적 영향과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이어 “학생 문해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분석부터 시작하고 디지털기기 과의존·과사용 문제를 해소할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특히 독서, 글쓰기 활동을 강화하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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