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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매머드급 증인 내세운 국감, 문제는 출석 회피…첫날부터 ‘동행명령’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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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입법조사관과 의회경호담당관실 관계자가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21그램 사무실 근처에서 대통령 관저 불법증축 및 구조공사와 관련한 국정감사 증인인 김태영·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 집행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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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7일 여야가 격돌한 주요 상임위원회에서는 동행명령이 쟁점이 됐다. 매머드급 규모의 증인들을 채택했으나, 주요 인물들이 출석을 회피하면서 이들을 불러내기 위한 동행명령을 야권이 실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이어지는 국감에서도 불출석 대책과 동행명령의 실효성 문제는 화두가 될 전망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행정안전부 등을 상대로 한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가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하자, 이들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21그램은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업체다. 대통령 관저 공사와 관련된 의혹들에 연루돼 있어 야권의 공세가 예상됐다.

동행명령이란 국감이나 국정조사의 증인·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이들을 부를 수 있게 한 제도다. 위원회에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하면 국회사무처 직원이 명령장을 들고 대상자를 찾아가 동행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집행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 행안위원들은 이날 명령장 집행관과 함께 서울 성동구에 있는 21그램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사무실이 잠겨있어 명령장 전달에는 실패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증인 출석에 대해 다른 방법을 강구해,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워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21그램 관계자들은 이날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상대 국감에도 증인으로 채택돼 있었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국토위는 두 사람과 함께 원담종합건설 대표 황모씨 등 관저 증측 관련 증인에 대해 오는 24일 국회에서 열리는 종합감사에 출석을 다시 요구키로 했다. 이 때도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은 물론 고발 조치 한다는 계획이다.

동행명령은 이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도 검토됐다. 증인으로 채택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직무 정지를 사유로 출석하지 않으면서 동행명령 필요성이 언급된 것이다. 야당에서 동행명령장 발부를 추진하자 이 위원장은 오후 국감에 출석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에 대한 동행명령이 검토되고 있다. 앞서 법사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노태우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출석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사위는 이들이 아무 회신 없이 8일 국감에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이어지는 국감에서도 주요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 동행명령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실효성 문제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행명령은 1988년 제정된 이래 주요 국면마다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대로라면 국회는 국감에서 출석을 회피한 이들을 형사고발할 수 있다. 법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3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제3자가 동행명령장의 집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법 조항을 실제 적용할 때는 여러 제한이 발생한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의 동행명령장이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과 달리 강제력이 없다고 해석한다. 국회 직원이 동행명령장을 내밀어도 이를 받지 않거나, 동행하기 싫다고 버티면 물리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감에 출석하지 않거나 동행명령을 회피한 이들에게 형사처벌을 가하려 해도 제약이 많다. 불출석 이유가 정당한 것으로 해석되면 빠져나갈 여지가 있고, 동행명령 거부에 따른 처벌도 대상자 측이 애초에 명령서를 수령하지 않았다면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명령서를 받고 따르지 않은 경우에도 처벌 수위는 대부분 벌금형의 약식기소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이나 세월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진행될 당시에도 이같은 동행명령의 한계가 드러난 바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동행명령 제도의 사각을 보완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직접 구인할 수 있게 하거나, 명령을 따르지 않았을 때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개정안은 현실화되진 못했다.

야권에서는 동행명령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또다시 시도할 전망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동행명령과 관련된) 법적 조항이 미비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도 다시 보완할 수밖에 없는 그런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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