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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임용한의 전쟁사]〈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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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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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가 계속 요동치고, 주가와 원유 가격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사람들은 현실 전쟁 앞에서 정의와 인권, 양심 따위가 얼마나 하찮은 것이 되며, 입으로 외치는 평화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그리고 지구 건너편 사람의 고통과 파괴보다 내 생활물가의 앙등을 더 진지하게 걱정한다는 사실을 매일 보고 느낀다. 계몽주의 시대 이래로 지식인들의 무기가 된 인류의 양심, 지성이란 단어는 이기심, 좁은 세계관, 편협한 자기만족, 한마디로 하면 무지와 몰상식의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매일매일 목격한다.

정말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걱정하고 분노하는 것인지, 자신의 세계관과 이념의 배출구로 여기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존경받는, 아니 당연히 존경받아야 할 것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필자에게도 이런 질문이나 공격이 날아온다. 당신은 뭐가 다르냐? 당신도 설명, 해설만 하고 있는 방관자, 구경꾼에 불과하지 않냐. 정말 세상을 걱정한다면 대안을 내놓아라, 아니면 이런 해석과 이런 주장, 이런 결론을 지지해라.

답이 있다면, 혹은 이런저런 주장이 진실한 답이라면 왜 동조하고 지지하지 않겠는가. 지금 중동의 분쟁들은 답이 없다. 반세기 동안 전쟁과 테러, 폭력이 뒤섞이면서 강자와 약자 모두 서로 피해자의 논리로 무장하고 있고,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더 많은 피해를 본 쪽과 더 강한 쪽을 판별할 수 있지만, 그들이 화해하고 어울려 살아갈 방법은 요원하다. 혹 어떤 천재가 세계인이 동의할 만한 비결을 찾아낸다고 해도 중동의 당사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중동 문제의 본질이다.

이번 전쟁이 세계대전, 5차 중동전쟁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어떻게 되든 중동분쟁은 끝나지 않는다. 중동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불완전한 미봉책부터 시작하는 방법뿐인 것 같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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