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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윤 대통령, 38년 전 멈춘 필리핀 바탄 원전 재건 길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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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윤 대통령, 마르코스 대통령, 라파엘 로틸리야 에너지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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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방문은 이 문장 하나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 방문 이틀 차인 7일 마닐라 말라카냥 궁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수교 75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20억 달러가량을 필리핀 인프라 사업에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EDCF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정부의 저금리 공적개발원조(ODA) 기금이다. 필리핀은 6·25전쟁 당시 미국과 영국에 이어 가장 많은 병력(7420명)을 파병했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한국이 과거 필리핀에 진 신세를 정부의 대규모 공적 원조로 갚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뒤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공동언론발표에서 “필리핀은 6·25 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병력을 파견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운 고마운 나라”라며 “양국 정부는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 사업들을 한국의 EDCF를 활용하여 추진하기로 하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불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 2위의 대형 개발협력 사업이며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또한 필리핀의 군 현대화 3단계 산업에 한국 방산 기업 참여를 확대키로 하고, 1986년 체르노빌 사태 이후 건설이 중단됐던 필리핀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를 체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바탄에 인력을 파견해 원전 재개 필요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중동과 유럽에 이어 동남아 원전 진출에도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외에도 양 정상은 지난해 9월 양국이 서명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발효하고, 최근 한국에 파견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등 고용 협력 확대를 이어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북핵·남중국해 문제 등 지역·국제 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마르코스 대통령님과 저는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며 “양 정상은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안정·안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마르코스 대통령과 양국 정·재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한국과 필리핀이 함께 준비해 나가고자 한다”며 “필리핀에서도 ‘팀 코리아’가 최고의 원전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필리핀 스타와의 서면 인터뷰에선 “한·필리핀 FTA가 발효되면 무역과 투자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닐라=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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