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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사설] 대통령 부부와의 대화가 이렇게 마구 노출되는 정권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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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 19일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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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가깝다는 명태균씨가 대통령 부부와 나눈 대화·메시지를 연일 공개하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 국회의원 공천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공개해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부채질하더니 5일 인터뷰에선 대선 당시 윤 후보 자택을 수시로 방문해 정치적 조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가족들(윤 대통령과 김 여사)을 앉혀 놓고 총리 천거를 했다” “(김 여사에게) 같은 일을 3명에게 시키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대통령 부부의 멘토라도 되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명씨는 정치권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 운영자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준석 의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와 만날 때 명씨가 배석한 적이 있다고 했고 일부 의원도 그를 ‘선거 브로커’로 언급하는 것을 볼 때 물밑 정치권에서 나름 활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선 같은 선거 국면에선 득표 아이디어가 있다는 인물이 속출하기 마련이고 후보 입장에선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만나보고 싶기 마련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런 사람들의 얘기를 듣곤 했다.

그러나 명씨처럼 대통령 부부와 주고받은 대화·메시지를 과시하듯 공개한 경우는 없었다. 명씨는 윤 대통령이 자신을 ‘명 박사’로 부른 이유를 “모든 걸 다 알고 모든 걸 해결하고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만약 그렇다면 윤 대통령 부부가 지금 이렇게 곤경에 처해있지 않을 것이다. 명씨 같은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부부와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명씨만이 아니다. 석 달 전 김 여사가 명품 백 관련 문제로 한동훈 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그대로 다 드러났다. 김 여사가 총선 직후 정치평론가에게 전화를 걸어 57분간 통화한 내용도 공개됐다. 지금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주고받은 메시지를 자랑하듯 보여주고 다니는 사람이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역대 정권에서 보통 이런 일들은 대통령의 힘과 권위가 떨어지는 정권 말에 벌어졌다. 반면 윤 정부는 임기가 반도 안 지났는데 대통령 부부와 나눈 대화들이 봇물 터지듯 노출되고 있다. 정권 지지율이 하락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 부부가 신중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앞으로 ‘제2의 명태균’이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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