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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총선 사범 기소 의원 20명선… 돈 대신 ‘가짜 뉴스’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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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위반 최대 20명 전망… 2000년 이후 최저된 이유는

조선일보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지난 4월 4일 지역구에서 유세하고 있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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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0 총선의 선거 사범 공소시효(6개월)가 오는 10일 끝난다. 검찰이 재판에 넘기는 22대 국회의원은 최대 20명으로 2000년 16대 총선 이후 가장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2022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선거 범죄 직접 수사가 어려워진 데다, 금품 선거는 줄고 허위 사실 공표 혐의는 늘었는데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과거 선거법 사건 파기로 처벌은 까다로워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법 위반’ 22대 의원 최대 20명

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까지 검찰이 4·10 총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현역 의원은 국민의힘 구자근·조지연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문수·안도걸·양문석·이상식·정동영·정준호 의원 등 8명이다. 이들은 불법 기부 행위, 호별 방문 또는 사전 선거운동, 허위 사실 공표, 불법 전화홍보방 운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의 선거사무장은 미신고 선거 사무원(자원봉사자)에게 현금 300만원을 준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사무장이 벌금 300만원 이상을 확정받으면 이 의원도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 외에도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의원은 국민의힘 3명(김형동‧서일준‧신성범), 더불어민주당 8명(박균택‧박용갑‧송옥주‧신영대‧신정훈‧어기구‧이병진‧조계원), 조국혁신당 1명(조국) 등 총 12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고발인 측이 이의신청을 한 상태다. 지난 3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딸이 학위와 의사면허를 자진 반납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송치된 조국 의원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이 현재까지 대면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22대 의원은 20명 정도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0년 16대 총선 때 현역 의원 26명이 기소된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2004년 17대 때 기소된 의원은 46명이었고 이후 2008년 18대 23명, 2012년 19대 28명, 2016년 20대 33명, 2020년 21대 27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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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檢, 수사권 조정 이후 선거 사범 수사 못해

법조계에선 이번 총선 관련 현역 의원 기소 숫자가 2000년 이후 최저인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2022년 문재인 정부 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선거 범죄 수사를 하지 못하면서 수사 역량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비해 선거법 사건 공소시효는 1994년 대상자별로 달랐던 선거법을 통합한 후 지금까지 6개월로 유지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없어지면서 짧은 기간 내에 종료해야 하는 선거사범 수사가 경찰에서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를 중간중간에 파악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선거에서 금품보다 ‘말’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6년에 역대 총선 최초로 흑색‧불법선전사범(35.6%) 비율이 금품선거사범(20.6%)을 앞섰고, 2020년과 이번 총선에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SNS(소셜미디어)가 발달하고 선거 문화도 점점 바뀌면서 돈이 오고 가는 행태가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흑색선전, 즉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선거사범이 늘고 있지만 처벌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당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 없다’는 취지로 한 발언 등에 대해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2020년 7월 7(무죄) 대 5(유죄) 의견으로 파기 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이 대표 혐의에 대해 “토론회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답변·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다”라며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거 담당 부장검사를 지낸 변호사는 “이 대표 파기환송심 이후 허위 사실 공표죄 적용이 어려워지면서 불기소 처분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일선 법원에 ‘선거법 위반 사건을 정해진 처리 기간(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에 끝내 달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보냈다. 한 법조인은 “이 대표의 지난 대선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이 2년째 진행 중인데 법원이 올해 총선 사건은 빨리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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