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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이슈 로봇이 온다

AI 무기로 가득찬 방산전시회…현실화되는 '킬러로봇'[AK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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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표적생성 AI, '합소라' 주목

KADEX 전시회도 자율무기체계가 대세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최첨단 표적 생성 인공지능 '합소라(Habsora)'가 주목받고 있다. 히브리어로 '복음'을 의미하는 합소라는 이스라엘군이 제거하고자 하는 대상의 데이터를 입력받아 첩보 위성이나 현장 카메라로 포착된 위치 정보를 역추적하는 AI 프로그램이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그의 후계자로 유력했던 하심 사피에딘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합소라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비밀리에 개발해온 이 AI 시스템을 공개함으로써 적군의 사기를 꺾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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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 속 킬러로봇[이미지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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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소라의 정확한 운용 방식은 군사 기밀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단일 프로그램이 아닌 전체 지휘체계를 통칭하는 용어로 추정하고 있다. 수만 명에 달하는 표적 데이터를 처리하고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능력은 기존의 군사 작전 수행 방식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실제 능력을 과장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공개된 수준의 통합 지휘 체계를 구축하고 실전에서 운용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정도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이번 발표가 주변국들의 개입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적 과장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를 활용한 무기 체계 개발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에서도 AI를 접목한 다양한 무기 체계가 선보였다.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 차량 'HR셰르파', 대한항공의 무인 편대기, 한화시스템의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등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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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에서 현대로템의 다목적 무인차량이 전시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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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AI 무기의 장점으로는 높은 정확도와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 그리고 아군의 인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동시에 윤리적 문제와 통제의 어려움이라는 과제도 제기되고 있다.

AI 무기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은 '킬러 로봇'의 등장 가능성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표적을 선정하고 공격을 수행하는 AI 무기 체계가 민간인을 위협하거나 의도치 않은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 무기의 개발과 운용에 대한 국제적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AI의 판단 오류나 시스템 해킹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 가능성도 우려된다. 특히 핵무기 통제권이 AI에게 넘어갈 경우, 우발적인 핵전쟁 발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미국과 중국 대표단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무기 체계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이 있다. 전통적인 지휘 체계에서는 의사결정의 책임이 명확했지만, AI가 주요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는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군 조직의 책임 회피 문화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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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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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무기 체계의 발전은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AI끼리의 전략 대결이 벌어질 경우, 인간의 개입 여지가 줄어들고 순식간에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이는 대규모 민간인 피해나 핵전쟁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무기 개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이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며, 중국, 러시아, 인도 등도 활발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세계 5~6위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민간 대기업들이 방산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민수용 기술의 발전이 군수 산업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강점이 있다. 이는 한국의 AI 무기 개발 속도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는 AI 무기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규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군용 AI 관련 고위급 회의에는 96개국 대표가 참여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I 무기 개발은 기술의 발전과 윤리적 고려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다. 인류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기술 발전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당면 과제가 될 것이다. AI 무기 시대의 도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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