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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나 구속되면 한달 안에 정권 무너져” 명태균 입에 여권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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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명태균


경남 창원 지역에서 ‘화백(畵伯)’으로 불리던 이가 있다. ‘여론조사 수치를 잘 그린다’는 의미의 별명이다. 김건희 여사의 ‘경남 창원의창 선거 공천 개입’ 의혹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 명태균씨를 일컫는 호칭 중 하나다. 경남도의원을 지낸 인사는 8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명씨는 여론조사 1등을 만들어 주겠다는 식으로 유력 정치인에 접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며 “평소에도 인맥을 과시하는 경향이 짙어 그를 경계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명태균 리스크’가 여권을 덮치고 있다. 명씨가 전국적 인지도를 누리게 된 건 지난달 시작된 인터넷매체 뉴스토마토의 집중 보도를 통해서다. 뉴스토마토는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김영선 전 의원의 2022년 6월 보궐선거 공천과, 지난 4·10 총선 지역구 이동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당초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내세우는 명씨의 말에 “정치 브로커의 허황한 주장”(당 관계자)이라며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명씨가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2019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명씨는 이 밖에도 무자격 상태로 여론조사를 실시 및 보도한 혐의, 불법 선거운동 등의 혐의로 수차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하지만 최근 보도된 명씨의 언론 인터뷰에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명씨는 6일 진행된 JTBC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대통령 자택에 여러 번 갔고, 내부 구조도 훤히 알고 있다. 대통령 집을 열어 보면 개 한 마리가 묶여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하고 (텔레그램을) 주고받고, (여사와) 수시로 통화했다”며 “(언론엔)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입 열면 진짜 뒤집힌다. 내가 (감옥에)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자택에 대여섯 번 방문해 국무총리 인사 추천 등 여러 정치적 조언을 했고, 윤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밤 보도된 채널A 인터뷰에선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라고 검사에게 묻겠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명씨는 그날 밤 인터뷰를 진행한 기자에게 연락해 “(하야, 탄핵 발언은) 농담 삼아 한 이야기”라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 등을 통해 명씨를 두 번 만났다”면서 “대통령이 당시 두 정치인을 각각 자택에서 만난 것은 그들이 보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친분이 있어 자택에 오게 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경선 막바지쯤 명씨가 대통령의 지역 유세장에 찾아온 것을 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와 거리를 두도록 조언했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명씨의 “일종의 벼랑 끝 전술”(신지호 부총장)이란 반응이다. 2022년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 전 의원은 이후 명씨에게 매달 자신의 세비 절반을 건네는 방식으로 9000여만원을 건넸는데, 검찰은 이를 ‘공천 대가’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명씨가 입을 열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한 그는 2021년부터 김 전 의원 소개로 윤 대통령 부부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준석 의원 등 보수 진영 유력 정치인과 연을 맺었다고 한다. 한 의원은 “여권은 물론이고 야당의 현역 의원 일부도 명씨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치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명씨와 관련한 일들로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구태정치를 극복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치의 출발”이라고 적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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