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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단독]100조 에너지기업 출범 앞둔 최태원 '중동 큰손'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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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이 이달말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 중동 ‘큰손’들을 만나러 간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달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 자산 100조원 규모의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법인 출범을 앞두고 원유 생산지이자 중요한 협력 파트너인 중동 주요국의 왕실과 대통령 등을 만나 협력 관계를 다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중동이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만큼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같은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가공·판매해서 이익을 남긴다. 정제 마진은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등 제반 비용을 제했을 때 정유사가 실질적으로 갖는 순익으로, 대개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최근 정제마진은 하락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4.3달러까지 올랐던 정제마진은 지난달 들어 2.1달러까지 떨어졌다. 경기 침체로 석유 제품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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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SK 회장(앞줄 왼쪽). 윤석열 대통령(뒷줄 중앙 왼쪽)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윗줄 중앙 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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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간 공격 강도가 심화하면서 국제유가도 상승세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7일 기준)은 한 달 만에 배럴당 17% 뛴 80.93달러(약 10만9190원)로 올랐다. 이 분위기라면 연말에는 100달러(약 13만587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유 값은 오르고 정제마진은 떨어지면서 SK이노베이션 실적은 부진하다. 증권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 3분기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하락한 31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한다. 재계 관계자는 “합병 기업이 출범하자마자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유가격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인 만큼 SK그룹에 원유공급처인 중동 주요 국가와의 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중동 출장에서 AI나 반도체 같은 첨단 시설 투자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추정 자산 4000조원의 세계 최고 갑부이기도 하다. 그는 2019년과 2022년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때마다 최 회장을 만났다. 또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 시절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SK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오일머니’ 중심의 사우디 경제를 첨단기술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기술과 국방시스템, 게임 산업 등에 관심이 크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국내 넥슨·엔씨소프트 등 한국 게임사에 투자한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최근 무함마드 왕세자는 석유 다음 먹거리로 AI를 점찍고 자금 투자뿐 아니라 직접 자국에 공장 등 첨단기술 생산시설을 짓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 왕실이 소유한 석유·천연가스 기업 아람코는 미국 AI반도체 기업 그로크와 대형 AI 인프라 구축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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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 첫번째)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SPA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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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반도체 공정에 가장 중요한 산업용 물을 구하기 힘든 환경이지만, 대신 값싼 전기료와 현금 동원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 회장 입장에선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SK텔레콤의 AI 사업 등과 관련된 협력 방안을 모색해볼 만한 상황이다.

최 회장이 지난 5월 서울에서 만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을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다. 모하메드 대통령과는 지난해 1월 UAE연방상공회의소와 '한·UAE 경제협력위원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을 위해 UAE를 방문했을 때도 만난 바 있다.

UAE 역시 자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최근 UAE 국영 AI 기업인 G42는 미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와 대형 AI 인프라 구축 계약을 맺었고 UAE의 기술 전문 투자사 MGX는 블랙록,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1000억 달러(약 134조8200억원)를 조달해 AI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협약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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