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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교권 추락

세종대왕님이 슬퍼할 ‘한국어교원 설문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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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가족·지인에 이 일 추천 안 해”

경향신문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열린 ‘외국인 한글백일장’ 행사에 참가해 경연을 펼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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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원 A씨는 석사학위까지 마치고 10년째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경력이 쌓였지만 임금은 매년 최저임금 수준이다. 수업 준비와 교육자료 개발에 들어가는 노력까지 감안하면 보상은 더 턱없이 느껴진다. A씨는 “직업인으로서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기분”이라며 “참담한 기분이 들 때가 자주 있다”고 했다.

한국어교원 10명 중 9명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한국어교원이 되는 걸 추천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열악한 노동권 탓이다.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추진위원회와 한국어교원협회 준비위원회는 한국어교원 524명을 대상으로 8월26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노동실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설문에 응답한 한국어교원들은 대학 어학당이나 유·초·중·고등학교, 가족센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등에서 일했다. 91.2%는 여성이었고 86.4%는 석사 이상, 71.9%는 경력 5년 이상이었다.

한국어교원 88.1%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한국어교원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국어교원들은 가장 큰 문제로 ‘낮은 보수(65.9%·복수응답)’를 꼽았다. ‘고용불안’이 64.3%, ‘불명확한 법적 지위’가 37.0%로 뒤를 이었다. 한국어교원들은 고등교육법을 적용받는 ‘교원’이나 ‘강사’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 대학 강의노동의 실정에 맞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교원 지위 인정 고등교육법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경향신문

전세계 외국인 대학생들이 한글 글짓기로 한국어 실력을 겨루는 ‘2024 성균한글백일장’이 열린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참가자가 글짓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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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95.2%는 ‘현재 소득이 생계유지에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55.4%는 임금이 ‘월 2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적은 임금 때문에 가족의 소득에 의지해 생계를 유지한다’는 응답은 53.4%, ‘별도의 경제활동을 한다’는 응답은 39.2%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9.9%는 ‘기간제 계약직’ 형태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은 23.3%, ‘위촉·도급·용역·파견 등 간접고용’은 14.5%로 나타났다. 기간제 계약직의 계약기간은 ‘10주 이상 3개월 미만’이 39.9%로 가장 많았다. ‘10주 미만’이 22.4%,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이 15.0%로 뒤를 이었다. ‘1년 이상’이라는 응답은 10.3%에 불과했다.

사회보험과 연차휴가 등 기본적인 노동권도 열악했다.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응답은 29.5%,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다’는 응답은 31.7%,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응답은 50.7%에 그쳤다. 응답자 93.4%는 ‘지난 1년 동안 연차휴가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응답은 94.5%, ‘유급 병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응답은 89.1%,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응답은 78.4%,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응답은 73.9%에 달했다.

한국어교원 83.8%는 ‘온라인 노조가 설립된다면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노조가 만들어진다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한국어교원의 법률적 지위 마련과 정립(51.9%)’ ‘시간당 강의료 인상(44.0%)’ ‘고용 안정(41.6%)’ ‘주당 강의 시수 확대(26.7%)’ ‘강의 수반 필수 노동시간 임금 지급(22.3%)’ 등이 꼽혔다.

서울대 한국어교원인 이창용 한국어교원협회 준비위원장은 “이주배경인구가 늘면서 한국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며 “사회통합에 한국어교육이 필수인 만큼 정부도 한국어교원의 지위 정립과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 더 알아보려면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한류 열풍에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교원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도통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경향신문은 1년 전 국공립대 한국어교원들의 계약서를 모두 분석해봤는데요. 최근 다시 들여다보니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 [단독]한국어쌤 ‘착취’로 지탱하는 한류?…계약서 모두 모아봤더니[국감2023]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0231344011



☞ [단독]계약서에 “4대보험 요구 마라”···대학 한국어교원 ‘꼼수 고용’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08143800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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