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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애플·구글, 중국 탈출 조짐에 …인도 주정부 "삼성 파업 중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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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 파업한 삼성전자 인도 가전 공장 노동자들이 인센티브 지급 등 노사 합의를 이뤘지만 여전히 강성 노동자단체가 파업을 주장하자, 인도 주 정부가 나서서 “파업을 멈춰달라”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애플·엔비디아·구글 같은 빅테크들이 중국산(産)을 벗어나려 인도·중남미 등 대안 제조 기지를 물색하는 중에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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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인도 남부 타밀 나두주 첸나이의 삼성전자 가전 공장 인근에서 출근을 거부한 현지 노동자들이 파업 집회를 연 모습. 집회장 안팎으로 노조 상위단체인 인도노동조합(CITU)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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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주 장관 “삼성 노동자 복귀해줘”



8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타밀 나두 주 정부와 삼성전자 인도법인 경영진, 첸나이 공장 사원위원회 등이 특별 인센티브 지급과 통근 버스 108대 에어컨 설치 등 근로조건 개선에 합의했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와 DT넥스트 등이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공산당 계열의 노동 상위단체인 인도노동자연합(CITU)은 CITU 소속 삼성 노조가 설립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밀 나두 주 첸나이의 삼성전자 공장은 2007년 설립돼 냉장고·TV·세탁기 등을 생산하는데, 지난달 9일부터 2000명 근로자 중 600명가량이 3년간 월급 100% 인상과 직원 사망 시 가족 채용,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조업을 거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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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밀 나두 첸나이의 삼성전자 인도 공장 전경.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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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 내각 회의에서 TRB 라자 주 산업부 장관은 “주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면서 삼성 노동자들에게 업무에 복귀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회의 후 현지 기자들에게 “삼성이 노동자 요구 사항을 대부분 들어줬고, 노조 설립 허가는 법원에 계류 중”이라며 “단 하나의 조건 때문에 파업을 지속하는 게 공정한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 총리의 지시로 노동부·중기부 장관과 함께 노사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

라자 장관은 “(삼성 공장에서) 단 한 명만 일을 제대로 못 해 2만1000루피(약 34만원)를 받을 뿐, 대개 월 3만 루피(약 48만원) 이상을 받고 7만 루피(약 112만원)를 넘는 사람도 많다”라고도 말했다. CITU는 해당 공장 평균 월급이 2만5000루피(약 40만원)라며 인상을 요구해 왔다.



빅 테크 ‘중국 대신 인도’ 찾는 중 악재



이번 사건이 현지에서 주목받는 건 인도가 애플·구글 등 빅 테크의 ‘중국 제조기지’ 대안으로 떠오르는 중이어서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기업이 중국 외 제조 다각화를 모색하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Make in India’ 정책으로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며 외국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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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를 만나기 위해 팀 쿡 애플 CEO(가운데)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왼쪽) 등 빅테크 CEO들이 워싱턴을 찾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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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제조업 중심지인 남부 타밀 나두 주가 주목받는다. 애플이 최신 아이폰16 시리즈를 타밀 나두의 타타그룹 공장에서 조립하기 위해 근로자 교육을 시작했다고, 지난 8월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그간 애플은 아이폰 프로 등 고가 모델은 중국, 저가 모델은 인도에서 생산해 왔으나, 이제 최신·고가 모델까지 인도에서도 생산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인도는 2025년 말까지 전체 아이폰 물량의 23%를 생산할 전망이다.

구글도 지난 8월 “우리의 첫 번째 인도산 스마트폰”이라며 자사 폰 픽셀8의 인도 생산을 발표했고, 지난달 초에는 타밀 나두 주 정부와 제조 및 생태계 구축 협약도 맺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타타전자 아이폰 공장의 화학 물질 보관 구역에서 대형 화재가 나면서 생산은 무기한 중단됐다. 공장은 일부 운영 재개를 밝혔지만, 외신들은 아이폰 물량이 다시 중국으로 향할 거로 예상한다. 인도 정부가 전자 제조를 키우려 하지만, 인도 남부의 고질적인 인프라 문제와 강성 노조가 찬 물을 끼얹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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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인도 남부 타밀 나두의 몰라츄르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아이폰 조립공장 출근 버스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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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서버, 중국 밖 멕시코에서도



지난 8일 대만 전자기업 폭스콘은 엔비디아 신형 인공지능(AI) 플랫폼의 최대 조립 공장을 멕시코에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연례 테크 데이에서 벤자민 팅 부회장은 “엔비디아 GB200에 대한 엄청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해당 공장을 짓고 있다”라고 말했고,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도 이날 대만 기자들에게 멕시코 공장의 제조 용량이 “매우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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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맨 오른쪽)이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전자 박람회 컴퓨텍스의 폭스콘 부스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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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은 TSMC가 생산한 엔비디아 칩을 넘겨받아 서버를 제조하는 협력사다. 그간 폭스콘의 주요 서버 생산 기지는 중국이었으나, 미국 정부·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멕시코로 생산 기지를 다각화한다는 얘기다. 엔비디아 신형 AI 서버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량을 늘린다는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4.05% 올랐다(132.89달러).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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