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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러 본토까지 공격' 젤렌스키 야심작…초강력 허리케인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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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6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7차 본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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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 정상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승전계획’을 호소하려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허리케인이라는 '복병'에 발목이 잡혔다.

당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영국‧프랑스‧독일 등 서방 20개국 정상은 12일(현지시간)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모여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제까지 국방장관급이 참석하던 회의였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정상급 회의로 격상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에 대한 반격 방안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 지원 내용을 담은 ‘승전계획’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승전계획의 핵심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제까지 확전 우려를 이유로 미국산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불허했다.

젤렌스키에겐 명운을 건 회의였으나, 최대 풍속 시속 250㎞에 달하는 사상 최강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를 향하면서 일이 꼬였다. 100만명 이상의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미국 백악관은 8일 “밀턴을 고려해 바이든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재난 대처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정부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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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밀턴을 피해 대피 중인 미국인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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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일정을 조정해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기가 3개월 가량 남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의 불참으로 젤렌스키가 타격을 입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줄어들까봐 유럽은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전황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전선에 병력을 일부 빼내 러시아 쿠르스주로 진격하는 반격을 펼쳤다가, 최전방 도시 토레츠크 외곽에 러시아군이 진입하는 등 구멍이 뚫린 상황이다.

한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8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조치는 이미 실행돼 있을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미국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나토 국가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뜻”이라고 엄포를 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는 가운데 다가오는 겨울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을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8일 “우크라이나가 전면전 시작 이래 가장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해커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72세 생일(10월7일)을 맞아 러시아 국영방송과 법원에 사이버 공격을 벌여 사이트를 마비시켰다. 8일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권 국가 연합체인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를 주재하며 비서방 세력을 규합하려는 노력을 이어갔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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