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0 (목)

[김원배의 뉴스터치]머스크와 트럼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유세에 함께 자리한 도널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단에서 두 팔을 들고 뛰느라 배꼽이 다 보였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창업자로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사진) 얘기다. 머스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선거 유세에 참석했다. 이곳은 지난 7월 트럼프 암살 시도가 있었던 곳이다. 사건 직후 머스크는 트럼프 지지를 분명히 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소유한 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만든 ‘아메리카팩'(정치자금 모금 단체)에 대한 홍보도 하고 있다. 아메리카팩은 경합주에서 표현의 자유와 총기 소지의 자유를 옹호하는 청원을 받고 있는데, 이를 설득해 받아내는 운동원엔 서명자 1인당 47달러를 지급한다. 유권자에게 투표 대가로 돈을 주는 매표 행위는 불법이지만 청원을 받는 운동원에게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과거 머스크는 중도주의자를 자처했지만, 대선에선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머스크는 2016년 트럼프에 대해 “미국에 좋은 영향을 미칠 만한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께 노선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7월 X에 “민주당이 너무 왼쪽으로 가버려 공화당이 중도에서 가장 가까운 정당이 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머스크가 정치 노선을 바꾸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자녀와의 불화다. 첫번째 부인 저스틴 윌슨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2022년 여성으로 성전환하고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었다. 어머니 성을 따라 이름도 비비언 제나 윌슨으로 바꿨다.

유명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책 『일론 머스크』와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딸과의 불화가 첫 아이를 유산한 이후 겪은 가장 극심한 고통이었다고 한다. 딸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자를 넘어 완전한 공산주의자가 됐다. ‘모든 부자는 악’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머스크는 딸이 다니던 학교에서 세뇌를 당했다고 생각했다. 이후 소수자 차별에 저항하자는 ‘깨어남(wokeness)’ 문화가 오히려 혐오와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물론 머스크의 정치 노선 전환은 자신의 사업적인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다는 비판도 있다. 현 바이든 행정부에선 전기차 기업 모임에 초청받지 못하는 등 홀대를 당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는 지난 5일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새긴 모자를 쓰고 나왔다. 하지만 검은색 재킷 안에는 ‘화성을 차지하라(Occupy Mars)’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머스크는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창업자다. 트럼프를 돕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감추지 않았다. 그의 야망은 어디까지일까. 정치에 직접 뛰어들려는 것일까. 머스크는 미국 시민이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이라 대선에는 출마할 수는 없다.

김원배 논설위원 onebye@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