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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노트북을 열며] 삼성전자만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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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안효성 증권부 기자


반도체 겨울론이 주식시장을 휩쓸더니, 이제는 삼성전자만의 겨울론이 떠올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의 겨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겨울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로 반도체 시장 전체의 겨울은 오지 않겠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 삼성전자만의 겨울은 진행 중이라는 그의 분석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산 국내 투자자들도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초 8만7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6만300원(8일 종가 기준)까지 하락했다. 주가야 시장 상황에 따라 변덕을 부릴 수 있지만, 삼성전자의 기업 경쟁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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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8일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HBM 시장 진입이 늦어지며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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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의 ‘머니랩’이 삼성전자 위기 진단을 위해 만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펀드매니저들이 내놓은 지적은 신랄했다. “투자의 관점에서 삼성전자 주식은 싸다는 것 외에 매력이 없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밀릴 것 같다는 우려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등이다.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기는커녕,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도 실패했다는 게 지적의 골자다.

어쩌면 그동안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너무 믿었던 것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10년간 매출액 증가율은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평균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017년 하만을 인수한 것 외에 사업에 큰 변화도 없다. 같은 제품을 10년째 판매하는데, 매출마저 제자리걸음인 회사에 주식시장이 높은 평가를 해줄 여지는 적다.

지난 7월 중순 만난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삼성전자 주식에 관심을 끊은 지 오래라고 했다.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파운드리 등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부분 모두 경쟁에 노출된 데다, 스마트폰 등의 경쟁력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눈을 돌리면 성장하는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기업들이 많은데 굳이 삼성전자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야 삼성전자에 목매지 않고 엔비디아와 애플 등 미국 기업 주식을 사면 그만이라지만, 문제는 한국 경제다. 삼성전자가 한국의 수출, 투자, 고용 등 전 분야에서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다. 지난 8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사과문을 냈다. 사과문의 약속대로 삼성전자가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해 다시 봄을 맞기를 바라는 이유다.

안효성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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