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 마련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이 영화업계 관계자들에게 생성형 인공지능 ‘코파일럿’을 소개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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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 ‘딜런’의 주연을 맡고 있습니다. 영화 홍보를 위해 언론 투어에 나갑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게 만들면서도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코파일럿’에 질문을 입력하자 곧 답이 올라왔다. “딜런이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세요. 예를 들면 ‘딜런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라고요.”
지난 5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로 떠들썩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영화제의 하나로 열린 ‘아시아 콘텐츠&필름 마켓’(ACFM)에서 미국 아이티(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부스를 차리고 영화인들을 맞았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영화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고, 영화인들의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자 본격적인 홍보에 나선 것이다.
운영 첫날인 지난 5일,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본사 관계자와 법률 담당 직원 등은 국내 영화 제작자 등 업계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지고 코파일럿 시연을 선보였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 시나리오 작성과 제작비 분석, 홍보, 촬영 장소 선정 등에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영화인들의 두려움과 호기심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첫날부터 영화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 마련된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의 모습. ‘창조적인 것은 인공지능이 아닌 당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민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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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연 과정은 이랬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우선 코파일럿에게 ‘당신은 영화의 대본을 분석할 능력이 있는 존재’라고 ‘페르소나’를 입힌다. 이어 영화 대본 파일을 업로드한 뒤 ‘이 영화의 마케팅 시놉시스를 만들어 재무 담당자가 영화에 투자하고 싶도록 만들어달라. 소외감, 집에 가고 싶은 마음, 가족, 사랑, 행복 찾기 등의 주제에 집중해달라’ ‘대본에 등장하는 배역의 나이를 포함한 배역의 요약 정보를 제공해달라’ ‘영화의 줄거리를 쉽게 요약하고 사람들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등의 요청을 입력한다. 코파일럿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영화 줄거리와 배역 특성을 요약하고 적절한 홍보 문구를 제시한다. 배우에게 가장 감정적이어야 하는 장면을 짚어내거나 예산서를 참고해 제작비 절감 방안을 알려주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을 대체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단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부산영화제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칸영화제에서도 관련 행사를 열었는데 거기서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면, 부산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부산 아시아 콘텐츠&필름 마켓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영화산업의 융합에 대해 논의하는 컨퍼런스도 열렸다. 영상산업 관계자들과 인공지능 기술 관련 기업들이 모여 영화 제작·배급·마케팅 등 전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성형 인공지능이 영화 사전 작업부터 후반 작업까지 전 제작 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등에 대해 살펴봤다.
부산/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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