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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 73% 감소··· "앞으로 5년, 미래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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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F 2024 지구생명보고서 전 세계 발간

지속가능 농업·재생에너지 전환 박차 절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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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야생동물 개체군의 규모는 평균 73% 감소했다.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세계자연기금(WWF)은 현재 지구 생태계의 위험이 티핑 포인트에 가까워졌다고 경고하며 에너지, 식량, 금융 시스템의 전면적 혁신을 촉구했다.

WWF는 2024년 지구생명보고서를 10일 전 세계 동시 발간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5495종을 대표하는 약 3만5000개의 개체군을 대상으로 1970년부터 2020년까지의 추세를 분석한 지구생명지수에 따르면 담수 생태계가 85%의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육상(69%)과 해양(56%) 생태계가 그 뒤를 따랐다. 야생동물 개체군 감소의 주된 원인은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황폐화다. 그 외에도 자원 남용, 외래종 침입, 질병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기후변화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 해당 지역의 지구생명지수는 평균 95% 감소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야생동물 개체군의 감소는 멸종 위험 증가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의 손실 가능성을 알리는 조기 경보”라며 티핑 포인트를 우려했다. 티핑 포인트란 생태계가 한계를 넘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는 상황을 의미한다. 글로벌 티핑 포인트는 특정 지역을 넘어 식량 안보와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올해만 해도 아마존 산불 발생 횟수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 30년 동안 네 차례의 전 지구적 산호 백화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커스틴 슈이트 WWF 국제본부 사무총장은 “자연이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라는 상호 연관된 위기가 야생동물과 생태계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고, 글로벌 티핑 포인트는 지구의 생명 유지 시스템을 손상시키고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아마존 열대우림이나 산호초와 같은 소중한 생태계를 잃게 되면 자연과 인류 모두 그 파괴적인 결과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구생명보고서는 에너지, 식량, 금융 시스템의 전면적 혁신을 통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식량 시스템은 서식지 파괴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 세계 물 사용량의 70%,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으로 전환하고, 식량 손실과 낭비를 줄이는 정책이 필수적이다. 특히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 식량 생산 확대는 생태계를 복원하고 동시에 인류에게 필수적인 영양을 공급하는 해법으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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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분야에선 재생에너지로의 신속한 전환과 화석연료 의존 축소가 필수적이다.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5년 동안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높이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자본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기후와 생물다양성 목표 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금융 시스템 역시 환경 파괴적 활동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와 자연기반 해법에 자본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토착민과 지역 공동체의 권리를 존중하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보전 조치도 필수다. 현재 전 세계 육지의 16%, 바다의 8%가 보호 지역이지만 보다 효과적이고 공정하게 확대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생 농업, 숲과 습지 복원 등의 자연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완화, 그리고 지역 사회의 생계 개선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지구생명보고서는 생물다양성 손실 및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파리 협정 등의 국제 협약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공약과 실질적인 행동이 티핑 포인트를 피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올해 열리는 제16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각국이 문제의 규모와 심각성에 걸맞게 대응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민혜 WWF 한국본부 사무총장은 “앞으로 5년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 탄소배출 상위 8위를 차지하는 국가로서 한국 정부도 더욱 책임감을 갖고 글로벌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 인류가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갈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행동에 나설 때”라고 밝혔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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