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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서초포럼]한국제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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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독일, 일본, 한국은 자유진영의 3대 제조강국이다. 그런데 이들이 중국에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 독일이 먼저 치명상을 입었다. 올해 9월 독일 폭스바겐사가 독일 내 자동차 공장을 폐쇄할 뜻을 밝혔다. 벤츠는 중국 전기차에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세계가 놀랐다. 자동차 최강국인 독일이 중국 전기자동차 기세에 눌려 무너지고, 그 해결책으로 중국과 손잡으려 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제조업 전반이 무너졌다. 2018년 독일연방 M&A협회 회장 카이 루크스는 중국이 독일의 1000여 중소 선도기업을 손에 넣으려 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2024년 독일 거대기업 지멘스의 랄프 토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독일 제조업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탄했다.

일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자, 반도체, 조선산업에서 한국에 주도권을 빼앗기며 일본 제조업이 1차 타격을 입었다. 이 틈을 노려 중국 기업들이 일본 전자산업의 자존심인 도시바, 파이오니아, 산요전기 등을 사들였다. 상황은 더 심각해져 전기차에서는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2023년 일본 도요타는 중국 BYD배터리를 사용해 소형 세단을 출시했다. 2024년 4월에는 중국 텐센트와 전기차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눈은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도 중국의 전방위 공습을 받고 있어서다. 한국의 아성이었던 메모리반도체에서 중국 창신메모리가 PC용 메모리반도체(DDR4) 양산에 성공했다. 전기자동차와 조선 등 곳곳에서 한국은 중국과 부딪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역시 독일이나 일본처럼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인식한 결과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은 대부분의 첨단분야에서 중국과 맞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반도체, 2차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첨단조선, 원전, 무기산업에서 중국과 맞서는 유일한 국가다. 독일과 일본은 이들 분야에서 경쟁력이 전혀 없거나 매우 약하다. 중국 역시 여기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술력에서 한국이 한 수 위다.

둘째,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한국 제조업의 보호막이 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미국은 이 시장으로 중국 기업이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 전기자동차 100% 관세부과, 중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자율주행차 수입금지, 중국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전지에 각 25%와 50% 관세부과, 중국 바이오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금지가 예다. 또 미국 하원은 중국산 디스플레이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경조치에 미국 기업들이 영향받기 시작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 테슬라는 모델3(후륜구동모델)의 미국 판매를 중단했다. 이 차종에 장착되는 중국산 배터리 때문이다. 판매를 지속할 경우 25%의 고관세에 정부 보조금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미국의 중국 견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요조건이 있다. 미국이 취약한 첨단 제조역량을 보완해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한국이 최적이다. 한국 기업에 돈까지 주며 반도체와 2차전지 공장을 미국에 짓게 한 이유다. 최근 미국이 꺼리던 함정수리사업을 한국에 개방한 것도 같은 이유다. 기업 단위에서도 한국 기업과 협력이 늘어날 조짐이 보인다. 미국 GM은 현대차와 자동차 제조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사업을 현대차와 하기로 했다. 한국에는 유리하지만 중국에는 치명적 환경이 미국에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완벽한 보호막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 방호벽을 쌓아야 한다. 핵심은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다. 연구개발은 제2의 안보투자다. 국방에 대한 겁 없는 투자로 한국의 안보가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결단력 있는 연구개발 투자는 한국의 경제안보를 지키게 된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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