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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삼성, 인도에서도 경고음 [오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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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한국일보

지난달 17일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의 삼성전자 가전 공장 인근에서 출근을 거부한 현지 노동자들이 파업 집회를 연 모습. 집회장 안팎에 노조 상위단체인 인도노동조합(CITU)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첸나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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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인도 진출 이후 처음 발생한 대규모 파업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의 삼성전자 공장에서 1,700명 정규직 중 1,500명이 파업에 참여해 생산이 거의 절반가량 중단됐다. 낮은 임금 인상, 열악한 근무 환경, 회사 측의 노조 결성 거부가 파업 이유다.

노동자 측은 삼성노동복지연합(SIWU)을 설립했지만, 삼성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노조는 인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노동조합 중 하나인 인도노동조합센터(CITU)와 연합했다. CITU는 약 66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강력한 조직으로, 단순 파업지원을 넘어 다른 전자 제조업체에서도 노조 결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뿐 아니라 애플 등 외국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주목받고 있다. 이번 파업은 매우 조직적이며 장기화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이번 파업은 지난 7월 한국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과도 연결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인도 노동자들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 SIWU는 한국 내 삼성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며, 국제적 노동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연대는 단순한 성명에 그치지 않고, 인도 내 다른 전자 제조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이 삼성 협력업체에서 시작되어 삼성전자로 확산되었다는 현지 기업들의 주장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인도 노조들이 CITU와 같은 대형 노조와 연합해 협력업체 문제를 대기업으로 연결함으로써, 향후 더 많은 글로벌 기업이 비슷한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인도 중앙정부와 타밀나두 주 정부 간의 정치적 노선 차이도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중앙정부는 인도를 글로벌 제조업 허브로 만들기 위해 외국 기업 유치와 저비용 노동 환경 제공을 우선시하지만, 타밀나두 주 정부는 노동자 권리 보호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러한 견해 차이가 사태의 해결을 지연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인도는 최근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글로벌 제조업 허브로 부상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도 삼성 파업은 단순한 임금 투쟁이 아니라, 인도가 글로벌 제조업 중심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권리와 기업 책임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한국 기업들도 이런 상황에 닥치면 어떻게 대처할지 성숙한 노사 관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일보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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