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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지금의 한강을 만든 부친 한승원 "자식이 날 뛰어넘는 게 가장 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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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아버지 덕에 인간에 근원적 질문"
오빠와 동생도 문인인 '문학가족' 출신
한국일보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오른쪽)과 아버지 한승원. 사진은 2005년 11월 문학사상사 주관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한강이 아버지 한승원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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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는 강수연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소설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쓴 한승원(85) 작가다. 한 작가는 큰딸 한강을 "강이"라고 부르며 줄곧 애틋한 모습을 보였는데, 한강이 맨부커상 등 국제적인 상을 받을 때마다 "자식이 나를 뛰어넘는 게 가장 큰 효도"라며 자랑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한 작가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지난해 장편소설 4편, 올해 시집 1편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자식이 아버지의 명성을 뛰어넘어 '소설가 한승원'이 아닌 '한강 아버지'로 불리는 상황에서도, 한 작가는 도리어 "강이는 진작 나를 뛰어넘었다"며 "그런 명명은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한 작가는 "부모보다 자식들이 잘하는 시대가 우리를 유쾌하게 하고, 희망이 있는 시대"라 강조하며 "(한강이 상을 받으면) 하늘 같고, 산 같고, 바다 같은 효도를 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한강이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상처,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광주 출신의 한강은 13세 때 서울로 이사를 했는데, 그때 한 작가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학살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딸에게 보여줬다. 신군부가 집권하던 당시 5·18은 함부로 얘기를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민감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한강은 한 인터뷰에서 "그 사진첩은 내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며 "이때부터 간직해온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세 번째 장편 소설인 '채식주의자'에서부터 탐구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한강이 아버지와의 인연을 통해 밝힌 이 작품관은 바로 스웨덴 한림원이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와 맞닿아 있다. 한림원은 이날 한강의 문학작품들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강의 오빠와 남동생도 문학인이다. 오빠 규호씨는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이고, 남동생 강인씨는 만화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규호씨는 스테디셀러 '받침 없는 동화' '받침 있는 동화' 출판 후 작품성과 상업성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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