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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책&생각] 로마 황제 엘라가발루스는 왜 장미꽃잎을 뿌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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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
메리 비어드 지음, 이재황 옮김 l 책과함께 l 3만8000원



서기전 1년에 잠든 로마 사람은 200년에 깨어난다고 해도 주위 세계를 알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금씩 부침이 있긴 했지만, 스코틀랜드에서 사하라까지, 포르투갈에서 이라크까지 광대한 영토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영국 고전학자 메리 비어드의 ‘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는 이때(서기전 1세기 중반부터 서기 3세기 중반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아우구스투스부터 알렉산데르 세베루스까지 서른 명이 채 안 되는 황제들이 대상이다.



218년 즉위한 엘라가발루스는 특이하고 사치스러운 면모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한 연회에서 그는 엄청난 양의 장미 꽃잎을 뿌린다. 손님들은 꽃잎에 질식해가고 그것을 지켜보는 황제의 모습을 19세기 화가 알마타데마가 그렸다. 황제는 초록색·파란색 등 색깔을 맞추어 식사를 하거나, 낙타 발뒤꿈치, 홍학의 뇌수를 거위 간과 섞어 애완견에게 먹였다. 사람이 앉으면 바람이 빠지는 의자에 앉히기도 했다. 열네 살에 즉위해 열여덟 살에 암살당했다는 사실이 이 독특함을 설명하는 단서다.



한겨레

1888년 알마타데마가 그린 ‘엘라가발루스의 장미’. 엘라가발루스가 연회에 뿌린 장미가 참석자들을 질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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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는 가학적 괴물, 최선을 다한 훌륭한 인물이라는 양갈래로 나뉘어 평가받는다. 저자는 에피소드를 풍부하게 보여주면서도 이 양갈래의 평가에서 ‘황제’라는 직업의 ‘일반성’을 뽑아낸다. 로마에서는 왕이 등극하면 새로운 조각상 대신 이전의 조각에 후임자의 얼굴을 고쳐넣었다. “그 바탕에 있는 메시지는 한 황제를 다른 황제로 바꾸는 데는 끌을 몇 번 쪼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로마가 불타고 있는데 수금을 켜는 네로’로 지금도 수많은 정치인을 풍자하듯이 이런 일반성은 현대의 지도자들에게도 적용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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