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의 송환 재판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장편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한국과 미국을 놓고 몬테네그로 사법부의 판단은 엎치락뒤치락했다.
현재로선 권씨의 운명은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의 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보얀 보조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아침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며칠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주 이상이 흘렀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결정이 지연되는 정확한 사연은 알 수 없으나 짐작할 수는 있다.
지난해 3월 23일 권씨가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체포되자마자 한국과 미국은 거의 동시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복수의 국가가 신병 인도를 요청할 경우 인도 요청 '순서'가 중요한 변수다.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이 먼저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면서 권씨의 송환 재판은 요동쳤다.
하급심은 한국이 더 빨랐다는 결론을 내리고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그러자 대법원은 범죄인 인도국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하급심의 결정을 무효로 했다.
지난 4월 사건을 파기 환송한 대법원은 하급심에서 또 한 번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결정하자 지난달 19일에 이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 자체를 법무부로 이관했다.
두 차례 모두 대검찰청이 하급심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두 번 모두 대검찰청의 손을 들어줬다. 몬테네그로 정부가 권씨를 미국으로 보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 외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이제는 보조비치 장관이 권씨의 미국행을 선언하는 절차만 남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려면 먼저 왜 한미 양국 중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우선했는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보다 중형이 예상되는 미국행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권씨 측에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미국행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권씨의 몬테네그로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항소법원이 확정한 권씨의 한국 송환 결정을 대법원이 뒤집자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ECHR) 제소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항소법원은 일종의 최종심인데 대법원은 최종심의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할 수 없다"며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최종 결정을 위법하게 취소하고 새로운 절차를 개시하도록 한 대법원의 조치는 유럽의 인권과 본질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유럽인권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결정은 법적으로, 특히 헌법재판소와 ECHR에서는 유지될 수 없다"고 했다.
몬테네그로는 유럽평의회 회원국이며 ECHR의 관할을 받는다. 보조비치 장관이 법적·절차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헌법재판소와 ECHR에서 승소한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ECHR의 결정은 구속력은 없지만 권씨의 범죄인 인도 절차를 몇 달 또는 몇 년까지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권씨 측이 다양한 방어 옵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조비치 장관은 이에 대비해 미국행 결정이 법적으로 타당하고 몬테네그로 법률, 국제 조약 및 인권 기준을 준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권씨의 송환국 결정이 미뤄지는 이유로 보인다.
반대로 예상을 뒤엎고 한국행을 결정할 경우 권씨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대신 미국과 외교적 마찰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미국 측과 충분한 외교적 의사소통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물론 미국 측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보조비치 장관은 과연 어떤 쪽을 선택할까. 어느 쪽이든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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