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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빼든 삼성전자, 파운드리 투자 연기에 LED 사업도 철수… “구조조정·조직개편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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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삼성전자의 평택 2라인./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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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근 평택캠퍼스 P4, P5 공장 등의 건설, 장비 발주를 전면 중단한 데 이어 비핵심 분야인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올해 3분기 실적 쇼크를 계기로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LED 사업팀의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으나 “해당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고 했다. LED 사업팀은 TV용 LED, 카메라 플래시용 LED, 자동차 헤드라이트 LED 부품 등을 생산해왔다. LED 사업팀 인력은 전력 반도체와 마이크로 LED 사업을 비롯해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에 재배치될 예정이다.

◇ 파운드리 이어 LED 사업에도 ‘메스’

지난 8일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와 함께 사과 성명을 낸 전영현 부회장은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 발표와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과 성명 발표 직후 LED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은 전 부회장이 모든 사업부에 대해 ‘메스’를 들이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실적부진의 늪에 빠진 삼성 반도체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전 부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모든 사업부의 운영 효율화를 위해 과잉투자 정리, 체질개선 등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적자 구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파운드리사업부가 첫 타깃이 됐다. 지난 2017년 사업부로 승격한 파운드리사업부는 대만 TSMC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막대한 투자를 단행해 왔다. 대당 가격이 최대 2000억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잇달아 도입하며 생산라인을 급격하게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한 투자가 됐다. 5나노, 4나노에 이어 야심차게 준비했던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서도 TSMC에 밀려 대형 고객사 유치에 실패하면서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적자 규모도 분기마다 조단위 수준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2, P3 공장 파운드리 라인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5㎚, 7㎚ 생산라인의 설비 30% 수준을 ‘셧다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라인으로 건설을 추진하던 P4, P5 공장 등의 장비 반입도 미뤄지면서 사실상 추가 설비투자가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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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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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전영현 부회장이 오랜 기간 성과를 내지 못한 사업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분석해보면 비메모리의 일회성 비용이 늘었는데, 이는 장기간 성과를 내지 못한 프로젝트들에 대한 정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경험적으로 볼 때 이 같은 케이스는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스템LSI 사업부와 주력 매출 사업부인 메모리 사업부 역시 조직개편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메모리 사업부의 핵심인 D램 연구개발 조직과 선행 개발, 마케팅 조직을 재정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내준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개발 프로세스와 인력 등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 과포화 임원진도 정리, 구조조정 신호탄될까

올 3분기 실적 부진을 계기로 조직개편과 함께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도 높다. 앞서 주요 외신은 삼성전자가 수천명 규모 글로벌 인력 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와 남미 일부 지역에서 이미 인력의 10%를 감원했는데, 전체 해외 인력 14만7000여명 중 10% 미만에 해당하는 수준의 인력 감축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또 다른 외신도 삼성전자가 전 세계 자회사를 대상으로 영업 및 마케팅 직원은 15%, 행정 직원은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반도체는 지난 2018년 예상치 못하게 슈퍼사이클을 타게 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인력 조정과 조직개편을 단행할 타이밍을 놓쳤다”며 “결과적으로는 임원진의 과포화 상태와 적체를 유발해 유연한 조직 운영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8년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 규모는 221명으로 전년(96명) 대비 크게 늘었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전망된다. 지난 5월 취임한 전 부회장은 반도체연구소 내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칩 연구개발 부문을 사업부 개발실 산하로 이동하는 등 일부 조직 개편을 단행한 상태다. 전 부회장은 DS부문의 부서 간 협업 프로세스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에 팀 형태로 운영되는 조직을 통합, 프로젝트 중심 형태로 바꿔 ‘따로놀기’식 부서 운영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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