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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고려아연, 자사주 가격 89만원으로 올렸는데 주가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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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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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10월 11일 18시 0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누가 승리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윤범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올리며 MBK파트너스-영풍 측 단가(83만원)와의 격차를 6만원으로 벌렸지만 주가는 이에 화답하지 않았다. 11일 고려아연 주가는 MBK-영풍 측 가격보다도 4% 이상 낮은 79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최 회장과 MBK-영풍 모두 “공개매수 철회는 없다”며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양측의 승패는 MBK-영풍 공개매수가 종료되는 14일 주가 향방에 달렸다. 이날도 주가가 83만원보다 낮게 유지된다면 MBK-영풍 측 지분 과반 확보 가능성은 커진다. 반대로 주가가 83만원을 웃돈다면, 89만원의 단가를 제시한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게 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0.63% 오른 79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 중 한때 80만1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80만원 선 밑에서 마감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4만4000주를 순매도하며 주가 상승을 제한했다. 외국인은 약 7000주가량을 팔았다. 연기금도 1만6000주를 팔았다. 반면 국내 기관은 4만2000주를 산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매수한 주식은 MBK-영풍 측 공개매수에 청약할 수 없다. 공개매수 종료일이 14일이고 주식 결제는 매수 후 2거래일이 지나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일까지 산 주식만 MBK-영풍 측에 팔 수 있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MBK-영풍이 공개매수를 철회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날 고려아연 측이 가격과 물량 측면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단가를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취득 주식 수를 발행 주식 총수의 18%에서 20%로 늘렸다.

그러나 MBK 관계자는 “여기서 철회한다면 투자자들에게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며 “(철회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고려아연 역시 자사주 공개매수를 철회하지 않고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최소 매수 수량을 정하지 않고 몇 주가 청약되든 전량 사들이기로 한 상태다. 즉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쪽도 주주로 남아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의 승패는 14일 오후 3시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MBK-영풍이 지분 6.9% 이상을 확보한다면 과반이 돼 이기게 된다.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에 실질적으로 응할 수 있는 유통 주식 물량이 15% 안팎이라고 주장한다.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및 백기사가 보유한 지분(총 69.3%), 자사주(2.4%), 국민연금(7.83%), 패시브 펀드(5.9%) 지분을 제외하고 남은 물량이다. 때문에 최대 매수 물량이 14.61%인 MBK-영풍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보다는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편이 확실한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다만 국민연금 지분 7.83%가 청약에 응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보통 국민연금 물량 중 60%는 위탁 운용사에 맡겨 운용한다”며 “이들 위탁 운용사 입장에선 이 기회에 투자금 회수를 추진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위탁 운용사들은 지난해 말 MBK가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추진했을 때도 청약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5년 처음으로 고려아연 지분 5% 이상을 보유했는데, 당시 주가가 10만원대에 불과했던 만큼 회수를 할 만한 적정 시기가 됐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또다른 ‘격전지’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결과도 관건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만약 MBK-영풍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손에 넣는다면 고려아연 의결권 3.7%를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

최 회장 측은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도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올렸는데, MBK는 자신들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편이 수익률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MBK 측에 청약하면 주식을 팔 수 있는 확률이 100%지만, 고려아연 측에 청약할 경우 성공 확률이 57.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려아연에 청약하면 투자 수익이 18.8% 줄어들 수 있다고 MBK 측은 주장했다.

MBK 관계자는 “특히 영풍정밀은 주식 손바뀜이 많이 이뤄져 차익거래를 목적으로 개인의 주식을 사들인 헤지펀드 등이 많이 들고 있다”면서 “이들은 이른 시일 내 확실한 수익을 보장받는 게 중요해서 더 빨리 종료되는 MBK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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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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