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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물결친 한강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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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시적 산문이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에 선정된 이유입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부터 4·3 사건까지, 우리 역사의 고통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느끼며 시를 닮은 소설로 아름답게 풀어냈다는 찬사죠.

작가 한강의 작품세계, 이어서 강나현 기자가 작가의 목소리로 전해드립니다.

[기자]

5·18 민주화운동 넉 달 전, 아홉 살 한강은 광주를 떠나 서울에 이사를 왔습니다.

겨울에서 인생을 배웠습니다.

[한강/작가 (2018년 낭독회) : 겨울이라는 것이 '아 이제 인생은 이렇게 계속 춥겠구나' 이런 이미지로 9살 때 그렇게 좀 제 마음에 새겨져서…]

그때 아로새긴 차디찬 겨울의 감각은 자연스레 인간의 어둠과 슬픔을 향했습니다.

거긴 지낼 만한가요. 빗소리는 여전히 들을 만한가요.

- 소설 <파란돌> (한강)

세상에 글을 내보이기 시작한 20대 초반, 그래서 이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습니다.

[한강/작가 : 어린 친구가 왜 이런 거 (어두운 글) 썼냐는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고요.]

인간은 왜 이토록 폭력적인지 집요한 물음을 담은 소설 '채식주의자'가 탄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어떻게 존엄할 수 있는지, 그토록 찾아 헤맨 물음의 뿌리가 5·18 그리고 광주임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계엄군 총에 사라진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소년이 온다'를 완성해 냅니다.

[한강/작가 (2019년 예테보리 도서전) : 20세기는 전 세계에 많은 상처를 남긴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고요. 전쟁부터 시작해서 '소년이 온다'의 근원이 됐던 (19)80년 광주 5월도 있었고요.]

뒤이어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여성의 눈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 까지, 늘 우리 역사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해왔지만 자신의 글이 어둠에 그친다고 여기진 않습니다.

[한강/작가 : 빛을 향하고 있으면 어둡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강은 이젠 겨울을 넘어 봄으로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한강/작가 : 글을 쓰는 게 무엇을 치유해 준다고도 믿지 않고요. 다만 조금 더 아주 조금 더 강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는 것 같아서…]

[영상취재 김진광 / 영상편집 임인수 / 영상자막 홍수현]

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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