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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숙박비 아끼려다 성범죄 덫에?… 공유 플랫폼은 책임 없나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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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방 1개 빌려준 30대 집주인

투숙 20대 여성 강간기도 징역 10년

외국서도 에어비앤비 몰카 피해 잦아

10년 간 ‘감시장비’ 고객 불만 3만여건

개인이 주거지를 빌려주는 숙박공유 플랫폼을 이용했다가 각종 범죄피해를 보는 국내외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플랫폼 업체 측은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에는 선을 긋고 있다. 최근에는 자기 아파트에 숙박한 여성을 강간하려 한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세계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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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1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29일 오전 7시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협박해 강간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씨는 사건 발생 전날 숙박공유 플랫폼을 통해 자기 주거지의 방 1개를 손님 B씨에게 제공해 숙박하도록 했다. B씨는 아파트라 가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고 입실했지만 A씨 혼자 거주하는 것을 알고 방문을 잠그고 하룻밤을 묵었다.

A씨는 다음날 퇴실 준비를 하는 B씨를 강제로 덮쳤고 주방의 흉기를 꺼내 협박하며 강간하려다 B씨가 저항하면서 미수에 그쳤다.

한편 지난 7월에는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몰래카메라’로 인한 숙박객의 피해에도 대책 마련보다는 공론화를 막는 데 급급해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작년 자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 과정에서 10년간 접수된 몰래카메라 관련 민원 및 신고 건수를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을 받았다.

에어비앤비 측 대리인은 법정에서 2013년 12월1일 이후 10년간 ‘감시장비’와 관련한 고객 응대 기록이 총 3만4000건이라고 밝혔다. 에어비앤비 측은 현관 카메라 고장이나 녹음 기능이 있는 태블릿 PC가 실내에 방치돼 있었던 사례 등도 포함된 숫자라며 실제 몰래카메라 피해 건수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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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보도에서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단 하나의 사례와 관련해서도 여러 건의 고객 응대 기록이 생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어비앤비 측은 몰래카메라 피해 건수가 구체적으로 몇 건이나 되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측 대변인들은 몰래카메라 문제가 공론화할 것을 우려한 에어비앤비 측이 이들을 상대로 합의를 종용해 왔고, 합의 조건 중 하나로 이와 관련한 세부사항을 더는 언급할 수 없도록 기밀유지 계약에 서명했다고 증언했다. 에어비앤비 측은 관련 업계의 표준 관행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CNN은 몰래카메라 관련 신고가 접수됐을 때 에어비앤비가 보이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7월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텍사스주 중남부 텍사스힐 카운티의 외진 숙소에 묵었던 한 커플은 침대를 향해 설치된 몰래카메라를 발견하고 에어비앤비에 이를 알렸다.

세계일보

사진=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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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에어비앤비 측은 “호스트(숙소 제공자)측과 접촉해 그쪽 이야기를 들어봐도 되겠냐”고 답했다. CNN은 “이런 행동은 용의자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줘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결국 피해자들은 이튿날 아침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호스트의 집에서 숙박객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성관계를 하는 장면 등이 담긴 대량의 이미지를 찾아냈다. 범인은 평점이 높은 숙소 제공자만 될 수 있는 ‘슈퍼호스트’였으며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30명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에어비앤비가 범죄기록 등을 기준으로 호스트를 걸러내는 과정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는 자사의 신원 조사에만 의존해 호스트의 범죄 이력 여부를 판단하지 말라는 ‘주의문’이 적혀 있다. 호스트와 숙박객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에 선을 그은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숙박비의 평균 17%를 수수료로 받고 있으며, 세계적 호텔 체인 하얏트와 메리어트를 합친 것보다 큰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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