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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커지는 '해리스 위기론'…청년 흑인들이 등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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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를 3주일여 남겨둔 12일(현지시간) 다수의 현지 언론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해리스 위기론’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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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서 에어포스 2에 탑승하기 전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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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매체들은 특히 해리스가 등판 초기 지지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렸지만, 점차 추가 상승 여력이 줄어드는 추세라 캠프 내부에서 심각한 위기론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론조사 숫자는 무의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현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숫자는 무시해야 한다”며 “선거의 마지막 순간으로 접어들면서 해리스는 여러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세하게 앞서고 있지만, 분위기 전환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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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ABC 방송의 '더 뷰'에 출연한 모습. 해리스는 당시 인터뷰에서 '바이든과 다른 결정을 했을 것 같은 사안'에 대한 질문에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답해 바이든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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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는 그러면서 해리스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들었다.

해리스는 바이든 대신 민주당 후보로 나선 뒤 줄곧 ‘미래’와 ‘변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바이든에 대한 부정적 평가 비율이 6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그러나 해리스는 최근 ABC 인터뷰에서 ‘4년간 바이든과 다르게 했을 것 같은 일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생각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이는 사실상 스스로 ‘바이든의 아바타’임을 시인한 말로 해석됐다.



정당 정체성 역전…경제정책 여전히 의문



WP는 스스로 공화당에 가깝다고 느끼는 유권자가 민주당 유권자보다 많아진 선거 지형도 해리스에게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4일 갤럽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2년 이후 2020년까지 대선에서 스스로 민주당과 정체성이 유사하다고 답한 유권자의 비율은 공화당보다 대체로 높았고, 격차가 클 때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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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2000년 당시 격차는 5%포인트로 이전보다 줄었고, 2004년엔 동률을 기록했는데 그해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트럼프가 당선됐던 2016년의 격차도 3%포인트였다. 올해 공화당과 정치적 정체성이 유사하다고 답한 비율은 48%를 기록해 45%인 민주당을 오히려 앞서고 있다.

또 유권자들이 경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던 2000년 이후 4번의 선거에선 경제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쪽이 낙선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 이번 선거 역시 경제가 핵심인데, 경제정책에 대한 선호도는 46% 대 41%로 공화당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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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승부처 펜실베이니아도 ‘이상 기류’



이번 선거의 승부처는 7개 경합주(Swing State) 중에서도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다. 그런데 최근 공화당 지지 입장을 밝힌 등록 유권자의 증가세가 민주당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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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고향 캘리포니아에서 개최한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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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분석 사이트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Cook Political Report)’에 따르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펜실베이니아에서 등록된 민주당과 공화당 등록 유권자 수의 차이는 68만6000명이었지만, 현재 격차는 32만5000명으로 절반이 됐다. 2020년 대선 때 바이든과 트럼프가 얻은 득표율 격차는 1%포인트에 불과했다.

특히 해리스 캠프는 10억 달러(약 1조3440억원)의 선거 자금을 모아 매일 750만 달러를 광고 등에 투입하고 있다. 260만 달러를 쓴 트럼프를 3배 앞선다. 이에 대해 더 힐은 “막대한 자금력이 왜 해리스를 왜 확실한 선두로 끌어올리지 못했는지 의문”이라며 “해리스가 2차 토론을 계속 요구하는 점도 막판 판도를 바꿔야 할 필요성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나섰지만…흑인 결집에 실패



뉴욕 타임스(NYT)는 해리스의 지지율 정체 배경에 대해 “민주당에 대한 실망 여론이 커지며 흑인 유권자들의 결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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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결집을 호소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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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NYT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흑인 유권자의 78%가 해리스를, 15%는 트럼프를 각각 지지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이들이 민주당에 각각 92%와 90%의 일방적 지지를 보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특히 30세 미만의 흑인 유권자 중 40%는 오히려 공화당이 공약을 이행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했다. 청년층 유색인종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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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막판 해리스 지원 유세에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지난 10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흑인 남성들을 향해 “여성을 대통령으로 두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온갖 핑계를 대며 주저하고 있다”고 호통에 가까운 연설을 한 것도 흑인 지지자 결집에 실패하고 있음을 시사한 말로 풀이된다. ‘키 맨’인 오바마의 적극적 등판 자체가 해리스가 위기에 처했다는 방증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더 힐은 이날 민주당 핵심 인사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해리스가 패하고 있는 4가지 이유’,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커졌다’는 2건의 기사를 나란히 실었다. 4가지 이유는 ▶검증되지 않은 불안한 후보 본인의 문제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 ▶트럼프에 비해 부족한 열성 지지층 등과 함께 근본적으로 ▶민주당 유권자 중 상당수가 트럼프가 집권했던 4년 전이 더 낫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갈수록 악화하는 중동 정세도 해리스에게 악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공개한 7개 경합주 여론조사(지난달 28일~지난 8일, 2100명 대상) 결과, '중동 전운 대응에 누가 적임인가'를 묻자 48%가 '트럼프'라고 답했다. 해리스는 33%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트럼프가 더 잘 다룰 것'이란 답변이 50%로, 해리스(39%)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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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허리케인 밀턴 복구 노력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뒤 원격회의로 참여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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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캘리포니아 유세…해리스, 건강검진 공개



트럼프는 이날 해리스의 고향 캘리포니아에서 유세를 열었다.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 유세에 이은 ‘적진’ 공략이다. 캘리포니아는 1992년 이후 한 번도 공화당이 승리한 적 없는 민주당의 텃밭이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에는 잠재적 자원봉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구가 많기 때문에 선거자금을 낼 지지자도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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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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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리스는 이날 지난 4월에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하며 “군 통수권자와 국가 지도자로서 현명하게 판단할 능력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는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측은 “이미 트럼프가 완벽하고 훌륭하게 건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오히려 해리스가 트럼프만큼의 체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받아쳤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주치의가 적성한 건강진단 결과서를 공개한 적이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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