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3 (일)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ET단상] AI 시대 디자인의 역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김윤집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장


요즘은 그야말로 인공지능(AI) 시대라고 할 수 있다. 2023년 이후 AI는 모든 영역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AI로 만든 결과물이 미술, 사진, 디자인 등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며 창조적 혹은 창의적 영역의 직업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초기의 예측은 빗나갔고 더 나아가 웹툰, 작곡, 작사, 소설, 시나리오 등의 영역에서도 인간을 넘어서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AI의 등장으로 많은 일자리가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으며 특히, 디자인계와 디자이너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AI 등장을 보면서 과거 미술사의 중요한 전환기 하나를 짚어보게 된다. 그것은 19세기에 등장했던 사진기다. 사진기의 등장은 사실주의 미술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 같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실적인 묘사를 추구하던 화가들은 표현주의나 인상주의와 같은 새로운 예술적 경향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즉, 사진이 실제를 기록할 수 있는 최적의 매체로 자리 잡으면서 회화는 사진이 표현할 수 없는 내적 감정과 주관적 경험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사진기가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피카소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진기가 변화시킨 미술과 AI가 변화시키고 있는 디자인은 몇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첫째, 창작의 민주화 또는 대중화다. 사진기와 AI 모두 예술 창작을 더욱 민주화했다. 사진기의 발명은 전문적인 미술 훈련 없이도 사람들이 예술적 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AI는 복잡한 창작 과정을 자동화하거나 보조하는 기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 창작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둘째, 새로운 스타일과 기법의 탄생이다. 두 기술 모두 새로운 예술적 스타일과 기법을 가능하게 했다. 사진기는 사실주의적 표현과 추상적 사고의 변화를 촉진시켰고, AI는 기존의 예술적 표현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알고리즘적 스타일과 추상적 패턴을 탐구할 수 있게 했다. 이로 인해 미술과 디자인에서 전통적인 규범을 넘어서는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셋째, 예술과 기술의 경계 재설정이다. 사진기와 AI의 등장으로 인해 예술과 기술의 경계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사진기의 초기 등장 시기에는 '사진이 예술인가'라는 논쟁이 있었으며, AI가 등장한 이후에는 'AI가 생성한 작품도 예술인가'라는 유사한 논쟁이 발생했다. 두 기술 모두 예술의 정의와 예술 작품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넷째, 창작 과정에서의 역할 변화다. 사진기와 AI의 도입은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역할을 변화시켰다. 사진기의 등장으로 예술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이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AI의 경우, 예술가와 디자이너는 AI 도구를 활용해 새로운 창작 방식을 실험하거나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큐레이팅하고 수정하는 검증의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다시 한번 요약하면 사진기와 AI의 등장은 창작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열었으며,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역할을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AI 시대의 디자인은 과거 사진기가 등장했던 미술계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한편 사진기와 AI의 공통점에서 이야기했듯이 AI의 등장은 디자이너의 일자리는 축소될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일거리는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디자인은 과거의 프로세스가 아닌 생성형 AI(Midjourney, DALL·E, Firefly 등)를 사용해 스타일링 작업 시간과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디자이너가 기획과 리서치, 검증 등의 영역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창의성의 영역에서도 AI의 창의성은 여전히 인간의 창의성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AI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경험과 감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의 창의성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깊이와 의미를 재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AI 시대 디자인은 AI와 인간이 상호작용해 창의성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이 계속해서 탐구될 것이다. AI가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동안, 인간은 감정과 의미를 부여하는 독창적인 요소를 더해 보다 풍부한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AI 시대의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모든 영역에서 역할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 산업의 영역에서 디자인은 AI와 인간이 상호작용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통해 새로운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은 HAI(Human AI Interaction) 센터 구축사업을 산업부로부터 확보했다. HAI센터를 통해 AI 시대 디자인의 역할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지역 산업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AI 시대 피카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윤집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 원장 yjkim@dgdp.or.kr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