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에세이의 준비. (표지=민음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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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작가에게 "당신은 왜 계속 글을 쓰나요?" 하고 물었을 때 그 이유를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이는 없거나 매우 드물 것이다. 대부분의 작가에게 글쓰기는 이미 하나의 의무로, 그저 계속 쓰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형식'이다. 책 '에세이의 준비'는 다름 아닌 '준비'를 형식으로 삼는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강보원의 첫 산문집 '에세이의 준비'가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책에는 저자 자신에게 커다란 영향을 줬던 다종다양한 글들을 경유해 글쓰기의 이유부터 형식, 좋은 작품과 작가의 면모, 그 사이를 오래 헤매 온 저자의 시간들이 기록돼 있다.
준비는 무언가를 실제로는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감각을 준다. 이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무력감보다는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를 위한 정리 정돈하기, 쓰기에 참조할 만한 다른 책 읽기, 허리 건강을 해치지 않을 수 있도록 운동하기, 머리를 식혔다 다시 제대로 임할 수 있도록 TV를 시청하기까지 세상 모든 일이 곧 준비라는 형식 안에 담길 수 있다.
"준비는 특정한 행위로 이행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이지만, 이 이행은 부드럽고 연속적이라기보다 어떤 급격한 단절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준비가 행위와 대립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준비가 대개 달콤한 이유는 우리가 실제로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하고 있다는 어떤 환상을 선취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준비는 시작의 무한한 지연이다." (17쪽)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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