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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단독] ‘이태원 참사’ 고 신애진씨 유족, 사망보험금 전액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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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당시 24)씨를 기리기 위해 서울 마포구 프로타주갤러리에서 열린 사진전 ‘애진이와 함께한 순간들’ 바깥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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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진이가 비대면 줌(ZOOM) 수업 중간에 마이크가 꺼져 있는 줄 알고 10초 동안 아이돌 노래를 부른 거예요. 저희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올라왔어요. ‘누가 수업에서 노래 불렀는데 심지어 잘 불렀다’고.” “아 그런 일이 있었어?(웃음)”



방 한가운데 둘러앉은 엄마·아빠와 친구들이 애진씨와의 기억을 나누며 웃음지었다. 엄마·아빠는 애진씨 방 거울에서 딸 친구들과 ‘거울 셀카’를 찍어 애진이에게 보냈다. 딸이 별을 찾아 떠난 지도 벌써 2년. 이들은 애진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다함께 적었다.



12∼13일 이틀 동안 서울 마포구 프로타주갤러리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당시 24)씨를 기리는 사진전 ‘애진이와 함께한 순간들’이 열렸다. 애진씨의 생일인 10월19일로부터 일주일, 기일인 10월29일을 보름여 앞둔 날이었다. 전시장에는 애진씨 친구들이 생전의 사진, 추모의 글, 음성편지, 영상 등이 곳곳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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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당시 24)씨 아버지 신정섭(54), 어머니 김남희(50)씨가 13일 서울 마포구 프로타주갤러리에서 열린 사진전 ‘애진이와 함께한 순간들’ 전시 공간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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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진씨는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골목 바로 옆 식당에서 입사 동기들과 저녁식사를 했고,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인파에 휩쓸리며 동기들의 손을 놓쳤다. 대학 졸업 직후 꿈꾸던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취업한 지 고작 한달 만이었다. 연락이 끊긴 딸을 찾아 서울 전역을 뒤진 엄마·아빠는 다음날 오후, 경기 안양시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애진씨를 찾을 수 있었다.



애진씨 장례식에는 친구 1천여명이 다녀갔다. 엄마 김남희(50)씨는 이들이 애진이의 마지막 모습을 ‘장례식’으로 기억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애진이의 죽음을 참사와 분리할 수는 없지만, 참사만으로 기억에 남는 건 싫었어요.” 참사 뒤 가족은 10월을 한 해의 시작, ‘설날’로 여기며 매년 애진씨를 기억하는 작업을 이어 왔다. 지난해에는 애진씨가 모은 돈과 부의금을 합쳐 2억원을 모교인 고려대에 기부했고, 애진씨의 사진과 일기 등 생전 자료에 더해 엄마 김씨가 그린 동화책 ‘애진이의 여행‘을 엮어 ‘신애진 이야기집‘을 펴냈다. 올해는 애진씨를 기리는 사진전을 준비하는 한편, 애진씨 직장에서 나온 사망보험금 1억5천만원 전액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애진이가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이 기금이 청년들에게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빠 신정섭(54)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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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당시 24)씨 아버지 신정섭(54·거울 안), 어머니 김남희(50)씨가 13일 서울 마포구 프로타주갤러리에서 열린 사진전 ‘애진이와 함께한 순간들’에 재현된 애진씨 방에 앉아 미소짓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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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애진씨 가족·친구·직장동료 등 150명이 사진전을 찾은데 이어, 13일에도 애진씨를 기억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애진씨의 대학 학회 동기 이승현(26)씨는 “애진이 이야기를 다른 친구들에게 하는 게 친구들을 힘들게 할 것 같아 그동안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부모님이 이런 공간을 준비해주셔서, 서로 슬픔을 공유하고 애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가족은 앞으로도 매년 딸을 기리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참사 뒤 매일 일기를 쓴 아빠 신씨는 그동안 쓴 글을 모은 책을, 엄마 김씨는 이번 전시 내용을 엮은 그림책을 펴낼 계획도 세웠다. 애진씨를 기억하며 참사의 사회적 의미를 되짚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엄마·아빠의 꿈이다. “(애진이의 죽음이) 사회적 참사와 맞물려 있기에, 개인적 추모가 사회적 추모의 출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기억은 이야기로 남잖아요. 앞으로도 애진이가 남긴 기억을 되새기는 작업을 계속 하려고 해요.”



“내 삶에서 가장 예뻤던 모습과 예뻤던 마음을 준 거니까 잘 간직해줬으면 좋겠어. 정말 많이 사랑했고, 고마웠어.” 생전 자신의 방에서 추억을 나누는 엄마·아빠 친구들의 모습 뒤로, 애진씨가 적은 일기의 한 구절이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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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시민들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당시 24)씨를 기리기 위해 서울 마포구 프로타주갤러리에서 열린 사진전 ‘애진이와 함께한 순간들’을 관람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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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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