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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단 0.1%라도 더”…금리인하 직전 예·적금 막차에 올라탄 돈이 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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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은 금리인하 앞두고
5대은행 예적금 3분기 급증
적금잔액은 10% 이상 늘어
잇딴 고금리 상품 출시 영향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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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적립식예금(적금) 잔액이 올 3분기 크게 늘어났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된 기준금리 인하 전 이른바 ‘고금리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적금보다 이자율은 낮지만 안정적으로 돈을 묻어둘 수 있는 정기예금 수요도 폭증해 3분기가 마감되는 9월 말 잔액은 전 분기말 대비 40조원이나 증가했다. 예적금의 3분기 증가액은 42조 7179억원에 달한다.

13일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적금 잔액은 38조74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조2157억원이 늘었다. 이는 올들어 월 증가액으로 가장 크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 2분기 말 34조6084억원에 비해 3조3990억원이 늘어 10% 가까이 증가했다. 적금은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만기가 됐을 때 이자를 더해 돌려받는 전국민의 금융상품이다. 기업 가입비율도 높은 예금과 달리 적금은 시중은행의 경우 개인의 비중이 절대적인 상품이라 개인의 투자 성향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적금이 특히 이렇게 많이 늘었다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시중의 돈들이 막바지 고금리 효과를 노리고 적금으로 모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적립식 예금 순증액의 95%는 개인이 차지한다”면서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금리인하를 앞두고 개인들이 막바지 금리 효과를 노리고 가입을 늘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금리인하기 전 고금리 적금상품을 내놓으며 잔액을 늘린 경우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언제든적금’‘청년 처음적금’ 등 상생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금리를 높게 책정한 신상품이 나오면서 적금 잔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은 12개월 기준 기본 2.00%에 첫 적금, 첫 급여, 첫 신한카드 사용 중 1개 조건 달성시 연 2.0%포인트, 2개 조건 달성시 연 3.0%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부여해 최대 5%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 만기(2월) 이후 시중은행들의 적금잔액이 워낙 많이 줄어들어 이에 대응해 고금리 상품을 많이 내놨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가입한 분들과 함께 금리가 높은 신상품이 나와 가입한 수요도 꽤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의 정책금융상품인 청년희망적금은 지난 2월 대규모 만기가 도래하면서 일시에 해지가 이뤄졌고, 그 결과 2월에만 5대 시중은행에서 13조원이 넘는 잔액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예금의 경우 금리 막차를 노리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분기 말 안정적인 유동성 비율을 확보하기 위한 은행의 공격적 영업도 잔액 폭주에 한몫했다. 5대 시중은행의 2분기 말 정기예금 잔액은 891조1524억원이었는데, 3분기 말인 9월 30일 기준 930조4713억원으로 39조3189억원이나 늘어났다.

예금은 은행의 조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분기말 유동성 비율을 높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예금으로 늘리는 것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대표 예금 상품인 ‘WON 플러스 예금(1년)’의 금리를 8월 3.37%에서 9월 3.5%로 올려 적극적인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10월 11일 기준으로 다시 금리를 3.37%로 떨어뜨렸다.

우리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 9월 예금을 가장 활발하게 유치해 가장 많은 금액을 늘린 은행이기도 하다. 우리은행 측은 “추석연휴 전후로 대기업 유동자금을 많이 예치했다”면서 “유동성 비율을 좋게 가져가려는 전략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년여만에 인하하면서 은행들도 예금과 적금 등 수신 상품 금리 조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일단 미국 경기지표의 영향으로 최근 금융채 금리가 올라 대출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즉각적인 효과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신금리는 물론 수신금리도 재무부와 여신부 등이 협의해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후속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반 소비자들이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대출금리 인하 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에서 가계 대출 증가 폭을 줄이기 위해 사실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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